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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손에 들고 흔든 '웨이퍼' 뭐죠?

  • 2021.04.18(일) 07:00

[테크따라잡기]
반도체 집적회로 만드는 원판모양의 주재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것이 인프라(기간시설)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상징하는 '웨이퍼'(wafer)를 손에 들어 흔들면서 이렇게 말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어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주재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을 위한 CEO 회의'에서죠. 그런데 도대체 웨이퍼가 무엇인지, 미국 대통령이 이 동그란 판을 흔들어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 여러분도 있으시죠? 그래서 반도체를 거의 모르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준비해봤어요.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를 만드는 데 쓰는 주요 재료예요. 얇은 원판 모양이죠. 원래 웨이퍼는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먹는 얇고 바삭한 과자의 이름이에요. 그런데 이 원판도 생김새가 비슷해서 웨이퍼라고 부르게 됐대요. 이 원판 위에 전자회로를 새기고, 집적회로를 자르면 IC 칩이 돼요.

응? 그런데 집적회로는 뭐냐고요? 집적회로는 수 만개에서 수 십억개 이상의 전자부품(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을 한개로 만든 덩어리를 말해요. 수많은 부품이 서로 정확하게 연결돼 논리회로와 기억소자 역할을 한다고 해요. 이처럼 많은 걸 모으고 또 쌓았다고 해서 '집적'(集積)이라는 말을 써요.  

웨이퍼는 주로 실리콘(규소, Si)과 갈륨 아세나이드(GaAs) 등을 적당한 지름으로 성장시켜 얻은 기둥 '잉곳'(Ingot)을 얇게 썰어서 만든다고 해요. 하나하나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겠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고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웨이퍼를 흔들고 있다. /사진=백악관 유튜브

일단, 실리콘은 부싯돌을 뜻하는 라틴어 'Silex'에서 유래했어요. 지구에서 두번째로 풍부한 원소이기도 하죠. 모래에서 추출되고요. 이처럼 지구 곳곳에서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고 독성이 없어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고 해요. 갈륨 아세나이드는 갈륨과 비소로 구성된 화합물인데요. 아시다시피 비소는 발암물질이기에 작업할 때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해요.

잉곳은 실리콘을 뜨거운 열로 녹여 고순도의 용액으로 바꾼 뒤 실리콘 기둥으로 만든 것인데요.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을 반도체 원료로 쓰기 위해 정제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얘기예요.

지금까지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아무튼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판'이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요. 미국 정부는 현재 전세계적인 현상인 차량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타개하고,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열었어요. 그래서 대만 TSMC, 포드, GM, 구글, AT&T 등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들이 많이 참석했죠. 회의에 초청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어요.

바이든 대통령이 손에 든 것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삼성전자에 물으니 "8인치 웨이퍼로 보인다"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일반적인 제품"이라고 귀띔해 주네요. 첨단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12인치 웨이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해요. 시스템 반도체는 파운드리(위탁생산)가 대표적인 분야이고, 차량용 반도체도 여기에 포함된대요.

바이든이 이걸 들고 흔든 것을 두고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증설,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에 대한 압박을 받은 셈이라는 해석도 나와요. 한편으로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고 12인치보다는 들고 흔들기 적당한 크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는 시각도 있어요. 참고로, 이 웨이퍼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파악하지는 못했어요. 삼성전자도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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