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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美·日서 팬덤?…티빙의 야심찬 꿈

  • 2021.06.05(토) 08:30

[취재N톡]
티빙, 넷플릭스 성공 내세우며 해외 야심 드러내
스튜디오드래곤·JTBC 앞세워 콘텐츠 '맛집'으로

"미국, 일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스케일의 콘텐츠 사업을 구축하겠다. 내년도 해외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사업자들과 순조롭게 논의를 진행 중이다."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이 최근 '해외 진출'이란 포부를 밝혔습니다. 원래 CJ ENM의 OTT 사업부였던 티빙은 작년 10월 계열사로 독립했는데요. 이번이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대중들에게 꺼내놓는 첫 간담회였습니다. 

분사한 지 얼마 안 돼 발표한 계획치고는 '야심차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최근 SK텔레콤 '웨이브'나 KT '시즌', '왓챠' 등 OTT사가 수천억원의 콘텐츠 투자금을 앞다퉈 공개했지만, 해외로 나가겠다고 밝힌 곳은 티빙이 처음이거든요. 마치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처럼 말이죠. 

티빙의 꿈이 실현된 모습을 한 번 상상해봤습니다. 미국와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시민들이 스마트폰에서 티빙 앱을 내려받아 유료 구독권을 끊고 '유미의 세포들'과 같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 '서복'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말입니다.

조금 의아할 순 있습니다. 현재 업계 발(發)로 추정되는 티빙의 유료가입자 수는 약 150만명. 웨이브, 왓챠, 시즌의 유료가입자 수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반면 넷플릭스 국내 유료가입자는 380만명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시장에서 명실상부 1위로 올라서기에도 빠듯한 상황에서 해외 진출이라니요.

티빙이 이 시점에서 해외 진출 카드를 꺼내 든 데는 '스위트홈'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티빙의 형제 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들어 넷플릭스에 공급한 드라마 스위트홈은 1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죠. 작년 12월 공개 이후 한 달간 시청한 인원만 2200만명에 달했습니다. 

사실 대기업이 해외에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문제는 해외에서도 '팬덤'(fandom)을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역설적으로 티빙의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K-콘텐츠가 해외에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CJ ENM이 넷플릭스와 파트너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티빙의 해외 진출 첫 관문은 'K-콘텐츠 맛집'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IP)' 육성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IP란 '마블코믹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예컨대 '스파이더맨'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다시 '어벤져스'로 계속해서 시리즈로 뻗어 나가는 것이죠. 티빙은 하반기 공개하는 최대 야심작 유미의 세포들도 시즌제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이 분야에서 티빙은 든든한 용병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스튜디오'인데요.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영화 '미션임파서블' 제작사 '스카이댄스'에 122억원 상당의 지분투자를 단행했죠. 그 결과 까다롭기로 소문난 OTT '애플TV플러스'에 공급하는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의 제작을 맡게 됐습니다. 

티빙의 2대 주주(지분율 16.67%)인 JTBC스튜디오도 역시 스튜디오드래곤과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1, 2위를 다툴 만큼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고 있죠. 또 JTBC스튜디오는 최근 미국 콘텐츠 제작사 '토네이도 엔터프라이즈'의 지분 80%를 133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9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토종 OTT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넷플릭스의 실적에 한국 제작사들이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혁혁한 공헌을 했다는 게 어찌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강호성 CJ ENM 대표의 쓴소리도 납득이 됩니다. 강 대표는 "글로벌 OTT 외뢰로 제작하면 IP를 다 줘야 한다"며 한국 콘텐츠 업체들이 '하도급자'에 불과하다고 우려했죠. 콘텐츠는 글로벌 수준급이지만 유통 시장은 로컬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재, 티빙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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