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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상생'이 먼저인 캐스퍼 공장…"불만 생기면 깨진다"

  • 2021.11.22(월) 13:47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 가보니
공장자동화, 업무배치도 '상생'이 기준
"20만대 라인 증설 기대…전기차도 생산 가능"

지난 19일 찾은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의 광장 중앙엔 '상생의 일터'란 글씨가 새겨진 큼지막한 비석이 서 있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민관이 함께 설립한 자동차 위탁생산 기업이다. 일명 '광주형 일자리'로 불린다. 그저 시장 논리가 전부가 아닌, 정책 목표에서 출범한 보기 드문 공장이다.

방문한 기자들을 맞은 회사 관계자들 역시 공장의 '효율'보다 '상생'을 강조했다. 상생을 앞에 둔 공장이 가진 여타 자동차 공장과의 차이점도 라인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광주글로벌모터스 /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공장 자동화율 조금 낮추더라도…

이날 기자단을 맞은 박광식 광주글로벌모터스 부사장은 "위탁생산 전문기업의 생명은 상생과 최고품질"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상생한 공장 건설 과정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공장 건설 때 발주 금액의 62.3%, 공사인원의 79%가 지역 업체였다"고 전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주주 명부에도 △부영(이하 투자금액 105억원) △광주은행(52억원) △호반건설(50억원) △중흥건설(50억원) 등 지역회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60만㎡(18만3000평) 규모로 들어선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크게 △차체 △도장 △조립 등 3개 공장으로 이뤄지는데 이날은 자체와 조립 2개 공장을 공개했다.

1998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이후 국내에서는 23년 만에 설립된 완성차 공장인 만큼 자동화 수준이 높았다. 자체공장은 100%, 도장공장은 70%가 자동화됐다. 다만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조립공장의 자동화율은 17% 수준이다. 공장 간 차량의 이동도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차체공장에서 조립중인 캐스퍼 /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차제 공장에선 118대의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협력사에서 납품한 차 부품을 로봇들이 용접해 차체 골격을 찍어냈다. 과거 작업자가 지게차로 실어나르던 부품 팔레트도 여기선 무인운반차(Auto Guide Vehicle)가 운반했다. 자동화 덕분에 차체 공장에선 시간당 28대가 생산돼 도장 공장으로 넘어갔다.

이런 자동화 수준도 '상생'을 통해 타협했다. 김명근 생산본부장은 "자동화를 모두 다 할 수 없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 때문"이라며 "현대차·기아와 똑같은 수준의 자동화를 할 수 있지만 일부는 일부러 자동화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기아가 협력업체로부터 받는 샤시(차대) 등을 우리는 직접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분해·조립 400번 이상 연습"

차체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의 골격은 도장공장을 거쳐 조립공장으로 이송됐다. 조립 라인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업 특성상 차체공장보다 직원들이 더 많이 보였다. 도장이 완료된 차체에 타이어, 페달, 계기판, 배터리, 시트, 범퍼 등이 사람의 손에 의해 장착됐다. 이걸 마친 차는 조립공장과 이어지는 1.4km 주행로에서 실제 주행을 통해 최종점검을 실시한다.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약 570명이 일하고 있는데 공장 직원 대부분 올해 3~5월에 입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이라고 손이 서툰 것은 아니다.

김 본부장은 "입사 후 4~5개월간 차를 분해했다 조립하는 과정을 400번 이상 연습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 모든 직원이 '레벨2'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레벨은 현대차 공장 근로자의 숙련도를 뜻하는 용어로, 초보 '레벨5'부터 장인 수준인 '레벨1'까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조립공장 /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업무 배치에도 상생이 적용됐다. 보통 자동차 공장은 업무 순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작업자 숙련도에 기반한 효율이 우선이라서다. 하지만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직원들이 차 한 대를 만드는 모든 공정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업무를 유연화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차 한 대를 만들어봤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업무 간 차이에서 오는 불만을 잠재울 수 있어서다.

김 본부장은 "힘든 작업도 있고 편한 작업도 있는데, 계속 같은 일을 하다보면 불만이 생긴다"며 "불만이 생기면 상생이 깨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근무를 유연화하겠다고 합의했다"며 "현재는 4시간에 한 번씩 파트를 옮기고 있는데 앞으로는 공장 자체를 옮기는 전체 이동도 하루에 한 번씩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유연화는 현대차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립공장을 빠져나오자 로비에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가 전시돼 있었다. 올해 캐스퍼 생산 목표는 1만2000대로 박광식 부사장은 "생산 계획대로 잘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캐스퍼의 생산 목표는 7만대로 이 공장 생산능력의 70%를 채울 예정이다.

앞으로 20만대 분의 라인 증설과 전기차 추가 생산 계획에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상생'을 앞에 두면서도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캐스퍼가 최종 품질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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