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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조선 빅딜' 큰 그림 그렸지만…

  • 2021.12.10(금) 09:47

'빅2'로 개편해 경쟁력 강화 계획
7개월 걸린다던 빅딜 3년째 지연

KDB산업은행과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빅딜'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 조선업 빅3 체제(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빅2로 개편해 장기침체를 겪는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산은의 구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산은 주요 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개인적으론 이런저런 전망하면서 플랜 A·B·C·D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국내에서 지자체와 노조, 지역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반대가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해당사자 간 불신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떠나는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이 짐작한 '이동걸 플랜D'(12월10일)

매각에 진심이었던 산은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빅딜'은 약 3년 전인 2019년 1월부터 시작됐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은 리스크가 커 (회장)직을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발언할 정도로 매각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산은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매각을 통한 회수의 목적으로 이번 인수합병(M&A)을 실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단 얘기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은 2010년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있었다. 선박 발주 감소가 국내 조선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으로 번지면서다. 산은 측이 조선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개편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빅2 체제로 개편해 과열된 수주가격 경쟁이 줄면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산은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스토킹 호스는 본격적인 매각절차를 밟기 전 사전계약을 통해 수의계약자를 미리 정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M&A 방식을 말한다.▷관련기사: 이스타항공 몸값 키우는 '스토킹 호스'란(6월17일)

매각 초기부터 노조와 불편한 관계는 지속됐다. '나중에 대우조선을 매각하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주장에 대해 2019년 이 회장은 "어쨌든 이대로 가면 해결될 것이란 주장은 가장 위험한 주장"이라며 "이대로 가면 대우조선은 산은 밑에 20년은 더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무엇을 요구하려면 다른 무엇을 줘야한다"며 "비즈니스 상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전했다.

3년째 흐지부지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4~7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조선 빅딜'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된 탓이다. 기업결합심사 대상 국가 6개국(한국·EU·일본·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중 승인을 해준 국가는 △카자흐스탄(2019년10월) △싱가포르(2020년8월) △중국(2020년12월) 3개국뿐이다. 가장 큰 산인 EU와 한국의 결정이 남아있다.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의 불승인 리스크는 적지 않다"면서도 "50% 넘는 승산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시장점유율 20%(대우조선+현대중공업)가 기업결합승인시 워치(감시)할 정도이지만 과연 금지의 대상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시장 전체를 볼 것인지 특정선박을 볼 것인지 등 복합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더 녹록지 않았던 셈이다.

조선 빅딜이 표류하는 사이 국내 조선업 상황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조선업황이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면서 물동량이 늘었고 해운사들의 발주가 잇따랐다. 선박 수요가 계속되면서 선가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7~2008년때만큼 엄청난 호황기에 진입했다고 볼 순 없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조선 3사가 동시에 수주 목표 100%를 초과한건 2013년 이후 8년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인 LNG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국내 조선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3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EU와 공정거래위원회가 LNG 사업 일부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내리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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