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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발암위험 또…'산화티탄'에 제약업계 긴장

  • 2022.02.15(화) 09:12

식약처, 제약사 산화티탄 사용 실태 조사 착수
정제 대부분 산화티탄 사용…"대체물질 없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또다시 '의약품 발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이 식품첨가물로서 '이산화티타늄(산화티탄)'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다. 국내 보건당국도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의약품 내 산화티탄 사용현황 등 조사에 나섰다. 산화티탄은 알약 형태(정제) 의약품 코팅에 주로 사용하는 첨가물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독성 위험성이 제기됐다. 대부분의 정제 의약품이 산화티탄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 현재로선 대체물질도 없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국내 제약사 제품의 산화티탄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에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EU의 '식품첨가물로서 산화티탄 사용승인 철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은 의약품 첨가제로서 산화티탄의 △사용 현황 △투여량 등을 소속 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또 산화티탄 사용의 필요성, 대체물질 등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제출할 수 있다.

산화티탄은 식품의 색을 선명하게 하고 자외선으로부터 제품의 변질을 막는다. 식품, 화장품, 치약 등은 물론 흰색 정제·캡슐제 의약품 대부분에도 형태나 품질 유지를 위해 산화티탄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산화티탄 코팅의 방법 및 정도에 따라 위에서 천천히 녹아 효과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위에서 녹지않고 장까지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첨가물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산화티탄 나노 입자를 오랜 기간 섭취하면 뇌 신경이 손상되고 발암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 제기됐다. 이에 EU는 지난달 산화티탄 사용 금지 관련 고시를 발표, 지난 7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다만 의약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경우엔 추가 기간을 부여했다. 의약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EU는 지난달 14일 식품첨가제로서 이산화티타늄(산화티탄)의 사용승인을 철회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자료=유럽의약품청(EMA)

국내 제약사 역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는 원료의약품 불순물 사태로 수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8년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성분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나왔고 이어 위장약, 금연치료제 등에서 잇따라 기준치를 넘는 불순물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엔 고혈압 치료제 '로사르탄' 성분에서도 불순물이 발견되면서 대거 회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의약품 불순물 이슈 또 터졌다, 제약바이오사 '발 동동'(12월 9일)

업계에선 산화티탄의 경우 불순물 사태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식약처는 선제 대응 차원에서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식약처가 산화티탄 사용을 문제로 삼으면 정제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약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약품 중 산화티탄을 포함한 제품은 약 7600개로 추정된다.

특히 산화티탄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어 더 큰 문제다. EU는 이번 발표에서 "산화티탄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이 개발될 때까지 소비자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며 "제약산업이 대체물질 개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약품에 포함한 산화티탄을 다른 물질로 교체하려면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이 필요하다고도 명시했다. 생동성 시험은 같은 주성분을 함유한 두 의약품의 생체 흡수량과 속도가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이다. 대체물질로 변경 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기술이 발달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물질이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산화티탄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고, 많은 경구제 의약품에 산화티탄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품을 재구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의약품 불순물 사태만으로도 국내 제약사가 입은 타격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산화티탄 성분을 포함한 정제 의약품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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