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2년째 한숨 쉰 LCC, 올해는 다를까

  • 2022.03.04(금) 17:07

코로나 이후 쌓인 적자 수천억원
증자·감자로 버티지만 고정비 상당
신규항공기 도입·화물사업 등 모색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난기류에 저공비행 중이다. 화물 사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난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LCC 업계의 적자는 날로 불어나고 있다.

작년까지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위기를 버텼지만 더 이상 증자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LCC 업체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 화물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제각각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버틴 2년

/사진=유상연 기자 prtsy201@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 4사는 지난해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제주항공 3234억원, 티웨이항공 1570억원, 진에어 19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진에어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이며 지난달 잠정실적을 발표한 에어부산은 작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20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적자의 골은 더 깊어진다. 2020년엔 제주항공 3358억원, 티웨이항공 1743억원, 진에어 1847억원, 에어부산 188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년 동안 쌓인 영업손실이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계속된 적자는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2021년 3분기 기준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자본 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이 기간 부채비율은 각각 855.6%, 588%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LCC 업체들은 유상증자, 무상감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왔다. 하늘길이 막히니 위기를 돌파할 방법이 유상증자, 무상감자가 아니고선 마땅치 않았다.

제주항공은 2020년 150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연이어 실시했다. 보통주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감액해 자본금 규모를 줄였고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실탄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올해 또다시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작년 말 산업은행을 통해 1500억원(영구전환사채 300억원·기간산업안정기금 12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유동성 소진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유동성 소진 구간을 버티기 위해 추가적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예상 유상증자 규모는 132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티웨이항공도 코로나19 이후 매년 유상증자를 실시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2020년 유·무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작년 3월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또 한번 실시했다. 올해엔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진에어도 마찬가지다. 진에어는 작년 1238억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진에어 역시 2020년 105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2년 연속 증자다. 에어부산도 2020년 835억원, 2021년 227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요 LCC 4사 모두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차입금 납입,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인건비 등에 투입했다.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고정 비용을 충당하며 현재의 위기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항공비 리스료,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높은 업종"이라며 "하늘길이 막히니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각자 다른 위기 탈출법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LCC 업계 입장에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해외 국가에선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선언을 검토 중이다. 최근 LCC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LCC 업계들은 우선적으로 하늘길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선 운항에만 주력했던 LCC 업계들은 최근 국제선 재운항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인천-하얼빈, 인천-오사카 등 7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오는 30일부터는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도 재개한다. 잠시 운항을 중단한 인천-도쿄, 인천-괌 등 노선까지 재운항을 하면 올해 제주항공의 국제선 노선은 최소 11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노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포스트코로나 이후,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국제선에 우선 운항함으로써 해당 노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그간 운항을 중단했던 노선들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 'A330-300'을 신규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이 항공기를 3월 말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며 추후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하와이, 동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과 투입을 검토 중이다. 오는 5월까지 2, 3호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화물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곳도 있다. 그동안 항공운송업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FSC 업계들이 주로 해왔다. LCC 업계들이 사용하는 항공기가 화물업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제주항공은 화물 전용기 도입을 위해 리스사와 계약 체결을 완료하고 오는 6월까지 개조작업을 완료한단 계획이다. 화물 전용기를 도입하는 건 국내 LCC 업계 중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LCC 업계 간 합병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업계에선 조만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병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세 회사의 합병이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한 자회사 간 합병으로도 보지만,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LCC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도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LCC 업계는 시장 과잉 상태다"며 "그런 면에서 세 회사의 합병 시너지는 어느 정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해외 당국의 승인이 남아 있어 합병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