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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거물들 공동출자한 벤처자선, 7년만에 문닫은 사연

  • 2022.04.05(화) 07:00

이해진·김범수·김택진·이재웅·김정주 2014년 뜻모아
C프로그램, 단순기부 아닌 벤처경영기법 활용 눈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벤처 1세대' 5인이 공동 출자해 세운 벤처 자선 회사 C프로그램이 지난해 조용히 문을 닫았다.

비록 문을 닫았지만 C프로그램은 성공한 벤처 창업가들이 의기투합,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새롭게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회사 C프로그램(C Program)은 지난해 10월 임시 사원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하고 작년말 청산 종결했다.

청산 이유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설립 이후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모두 종료됐고 대표가 도서 관련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해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프로그램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쏘카 창업자(옛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등 5인이 2014년 설립한 벤처 자선 회사다. 

이들이 C프로그램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했으며, 컨설팅 업체에서 일했던 엄윤미 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국 벤처 1세대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C프로그램은 기부와 자선을 벤처기업처럼 한다는 이른바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을 표방한다.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의 투자 원칙과 경영기법을 활용해 기부 사업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C프로그램은 5인이 제각각 방식으로 현금출자해 이 자금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혁신 기업이나 단체를 후원했다. 투자할 사업에 대해 이사들이 논의하고 구성원 모두가 균등하게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창업자만 해도 개인회사를 통해 C프로그램에 60억원가량의 자금을 댔다. 

기존 재단과 달리 거액의 기금을 쌓아놓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통해 필요한 자금이 생기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했다.

C프로그램이란 사명은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창의성(Creativity), 협동(Collaboration) 등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다. C프로그램은 그동안 수십여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특히 청소년 사회 혁신가를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젝트 등에 역량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C프로그램은 지난 7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문을 닫았지만 벤처 1세대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손을 잡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기부 사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설립에 참여한 김범수 창업자나 고(故) 김정주 창업자는 각자의 회사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2018년 '소셜임팩트(Social Impact)'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카카오임팩트를 세운 바 있다. 소셜임팩트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한 분야 또는 사회 전체의 시스템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는 설립 초기 김 창업자가 이사장을 맡고 C프로그램의 엄윤미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고 김정주 창업자도 넥슨의 지주사 엔엑스씨를 통해 엔엑스벤처파트너스 라는 임팩트 투자 업체를 세운 바 있다. 임팩트 투자란 일자리, 고령화, 환경 문제 등 사회 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사회책임투자(SRI)와 비슷하지만 공익과 함께 구체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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