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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태광·효성, 'K-아라미드'로 테이진·듀퐁 따라잡는다

  • 2022.05.26(목) 17:27

5G 케이블·전기차 타이어용 슈퍼섬유
섬유업계 새로운 캐시카우로 조명

'슈퍼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라미드는 중량이 강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가 5배 이상인 까닭에 전기차 타이어, 5G 통신용 광케이블 보강재, 심지어는 방탄복에도 쓰이는 소재다.

현재 시황도 양호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이 생산 라인을 증설하며 품질도 개선해 미국과 일본 기업이 양분하고 있는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생산 확대 나선 'K-아라미드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효성첨단소재의 작년 기준 아라미드 생산 규모는 연간 1만2700톤이다. 각사가 생산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오는 2025년이 되면 이 규모는 2만3700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업자들이 계획대로 생산 라인을 증설하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일본 테이진(3만6000톤), 미국 듀퐁(2만9000톤)과 비교해도 상당한 역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국내 사업자 가운데 1위이면서 글로벌 시장 3위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약진이 기대된다. 코오롱인더는 아라미드 연간 생산량을 작년 7500톤 규모에서 오는 2023년까지 1만5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23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코오롱인더는 1979년 파라계 아라미드 기초연구를 시작했고, 2005년 세계에서 3번째로 생산시설을 구축한 기업이다. 헤라크론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아라미드 사업에 진출한 뒤 듀퐁과 소송전을 겪었으나 빠르게 극복하고 성장을 거듭해왔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과거엔 테이진과 듀퐁이 거의 과점한 상태였으나, 자체 기술 개발과 증설로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생산하는대로 모두 판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코오롱인더 매출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1조27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434억원이 타이어코드, 아라미드 사업이 포함된 산업자재 부문 실적이다. 아라미드는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타이어코드에도 쓰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태광산업, 아라미드 매출 치솟자 '증설'

태광산업도 최근 울산 화섬공장 아라미드 증설 안건을 승인하고 오는 2025년까지 145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 규모를 5000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2010년 아라미드 제품 개발에 착수해 2014년에 1000톤 규모의 상업화 설비 구축을 시작, 2015년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이번 증설 계획은 지난해 500톤 증설 이후 두 번째 증설 투자이기도 하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아라미드 부문 매출은 347억원으로 전년대비 67%나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86% 치솟은 110억원에 달하는 등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이같은 증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태광산업의 아라미드는 작년 기준 산업용 수요가 46%로 가장 많다. 아울러 광케이블(28%), 고무보강(15%), 방호·방탄(11%)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아라미드 공장 증설을 완료해 현재 연간 생산 규모를 3700톤 수준으로 키웠다. 기존 규모는 1200톤. 덩치를 3배 이상으로 키운 셈이다. 효성의 경우 2003년 기술 개발 이후 2009년 상업화에 나선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동향을 보면서 추가 증설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견조한 수요…미래가 더 기대

국내 사업자들이 이처럼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배경은 아라미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9년부터 5G 인프라가 세계 곳곳에 도입되면서 광케이블 보강재용 아라미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증가세가 견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5G 인프라가 많이 구축됐지만,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초기 단계인 까닭에 아라미드 수요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타이어에 대한 활용 역시 기대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중량 탓에 무겁지만 초기 가속력이 좋다. 그래서 내연기관차용 타이어보다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튼튼한 타이어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타이어는 경량화와 내구성이 관건"이라며 "아라미드는 가벼운데 열에도 강한 소재인 까닭에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영업비밀상 구체적 제품 특징까지 공개되지는 않지만, 파라계 아라미드 제품의 경우 중량이 철보다 인장 강도가 5배 강하고 500℃가 넘는 온도에도 견딘다고 한다. 이런 특성에 따라 타이어 보강재, 광케이블뿐 아니라 방탄복, 소방 보호복, 마찰재(브레이크 패드)에도 쓰인다. 이를 가루로 만들어 다른 영역에서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등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특히 판매 단가도 비싸 수익성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작년 기준 파라 계열 아라미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공급 기준 약 7만톤이며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많은 사업자들이 생산 증대에 나선 만큼 품질이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듀퐁과 테이진은 업력이 오래된 기업인 까닭에 후발주자 입장에서 시장 개척할 때 중요한 요소는 품질이었다"며 "현재 100% 공장 가동에 100% 판매되는 수준인 까닭에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앞으로도 품질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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