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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다시보기]③물 만난 기술강자들 누구

  • 2022.07.05(화) 16:27

정부 원전 산업 드라이브에 수혜 기대
두산에너빌리티, 핵심기자재 제조 유일
보조기기 기술력 갖춘 BHI·우진도 관심

정부가 원전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업체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원전 산업 강화를 내건데다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원전 세일즈'에 나서면서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업체들이 조명을 받을 수 있을까.

원전 시장 참여자는 크게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 나뉜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하거나 원전 프로젝트 발주 등을 맡는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계열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 원자력 사업을 주관하고 또 다른 계열사인 한전기술이나 한전KPS에서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형식이다.

아울러 민간기업은 원전 건설 및 원자로 주기기를 제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원전 시공이나 제조, 용역 부문에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참여한다. 시공 부문만 해도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굵직굵직한 건설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심 기자재를 만드는 곳은 많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딱 한 곳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공기업 시절부터 원전 수주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인 증기발생기 등을 제조한다. 원전은 원자로에서 고온의 물이 증기발생기 내부에 설치된 튜브로 흘러들어 튜브 바깥의 물을 가열시키고 여기서 나온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관련 소재부터 최종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한번에 처리하는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생산이 가능한 곳은 세계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원자력 및 화력 발전설비와 관련한 수주를 받으면서 성장,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회사 전신인 현대양행은 1962년 산업 및 건설용 원자재 설비업체로 출발했다. 1980년 한국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꾸고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공기업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국내 기술진이 주도해 설립한 한빛원전(옛 영광원전) 3·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1990년대 말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1년 지금의 두산그룹 품에 안기면서 두산중공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축적한 원전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원자로 설비 및 터빈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형 노형 최초 수출에 기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에서도 차세대 원전 모델인 'AP(Advanced Passive) 1000' 수주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제작 역량 들고 해외로, 미래 먹거리 SMR '승부수'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왼쪽)과 미국 뉴스케일의 존 홉킨스 사장이 지난 4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의 본격적인 제작 착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뉴스케일에 대한 지분 투자와 원자로 모듈 등을 공급하는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으며 이번 협약으로 2029년 준공 목표인 미국 아이다호 SMR 프로젝트에 공급할 본제품 제작에 착수한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부흥 정책과 함께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과 손잡고 오는 2029년 준공 목표인 아이다호 소형모듈원전(SMR)에 핵심 기자재를 납품할 예정이다. 뉴스케일은 글로벌 SMR 개발 레이스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원전 업체다.

뉴스케일이 개발하는 SMR은 기존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오는 2035년까지 1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이 설계한 SMR의 제조 및 개발 참여하기 유리하도록 준비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2019년에 뉴스케일에 대한 4400만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해에는 6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이를 통해 향후 뉴스케일의 SMR 건설 사업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선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을 비롯해 SMR 생태계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원전 관련 보고서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의 모듈 기기와 관련된 메인 벤더"라며 "지분투자와 함께 대부분의 기기 및 기자재 제작에 참여할 것이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시 국내 중소형 원전기기 제조 업체들의 수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투자한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원전 보조기기 강소 제조사들 수혜 기대

원전 제조부문에선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주기기 제조사 뿐만 아니라 급수가열기 등을 만드는 보조기기 업체들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보조기기 제조사 가운데 일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이 SMR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HI와 우진 등이 꼽힌다. 

BHI는 1998년 설립된 에너지인프라 장비 업체다. 2000년대 초 화력발전 사업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중소형원자력발전 내 핵심 부품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 한전과 한수원 및 미국의 뉴스케일 등을 두고 있다. 2020년 세계 3대 발전설비 업체인 미국 아멕포스터휠러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원천기술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이 분야 주요 업체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미래 에너지인 수소에 주목,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수소 수전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관련 장비는 향후 SMR에 접목 가능해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진은 원전용 계측기 독점 제조사다. 1980년에 설립해 산업용 계측기 개발에 주력해온 우진은 제철 현장에서 쇳물의 온도와 각종 성분을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철강용 계측기가 전공이다. 우진은 관련 기술력을 원전에도 활용하고 있다. 원전 계측기 기술 역시 SMR에 적용할 수 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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