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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시대]새출발 앞에 놓인 숙제

  • 2022.10.28(금) 14:16

지배구조, 반도체 위기, 사법리스크 극복해야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입니다.

지난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사 대신 사내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의 일부다. 3분기 '어닝 쇼크' 실적이 나온 날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의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오랜 숙제인 지배구조 개편과 주력사업인 반도체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리더의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보가 요구되는 때다.

지배구조 개편·컨트롤타워 재건 속도 낼까

이 회장 앞에 산적한 과제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숙원사업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삼성의 경영권을 더 이상 자식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오너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한 형태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올 상반기 기준 17.97%에 달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율은 1.63%다.

현재 야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3%를 제외하고 약 20조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법 통과 전 지배구조를 빠르게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삼성은 지난해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개편 관련 용역을 맡긴 바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개편안이 나온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고 방향을 고민 중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도 관심이다. 삼성은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사업부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하지만 각 TF가 개별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하는 방식이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그룹 전체의 효율적 성장을 위해서라 해도 과거로의 회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핵심사업 반도체 위기 어쩌나

핵심사업인 반도체 위기 극복도 주요 과제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4%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같은 기간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9.1% 줄어든 5조1200억원이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장기화에서 비롯됐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4분기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작년 인텔로부터 3년 만에 탈환했던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내줬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대형 인수합병(M&A)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대형 M&A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승진에 따라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등이 활성화 돼 M&A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수 대상으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거론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 경영진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대형 M&A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5월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M&A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도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M&A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1년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하면 자산이 200조원 수준에 달한다. 

사법리스크 여전히 한계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이 회장의 행보에 발목을 잡는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2년 가까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많게는 매주 두 차례씩 재판 일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해야 한다. 상고심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앞으로도 매주 진행되는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만약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지면 최소 3~4년은 더 지속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때문에 일주일 이상의 장기 출장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 실제 지난 9월 해외 사업장 현장 경영을 위해 15일 동안 다녀온 유럽·중남미 출장도 추석 연휴로 재판이 없는 주간을 활용하면서, 재판부에 공판기일 불출석 허가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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