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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가 '정신' 강화 나서는 이유

  • 2023.01.29(일) 08:00

[테크따라잡기]
기업, SDV 시장 선점 위해 투자 속도
고객, 편의성 제고 반면 비용 부담도

'모빌리티가 육체라면 소프트웨어는 정신'

현대모비스 광고 영상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영상엔 폭포수를 맞으며 정신력을 단련하는 남자의 모습이 연출되는데요.

이젠 자동차의 경쟁력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정신)에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현재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한창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확실히 구축하겠다"며 소프트웨어 부문의 강화를 다시 한번 선언했죠.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정신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SDV, 2025년 60조원 규모로 성장

최근 자동차 관련 기사를 보면 'SDV'란 단어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SDV는 Software Defined Vehicle의 줄임말인데요. 직역하자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 쯤 됩니다. 즉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장하는 자동차라는 뜻이죠.

SDV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0년 180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25년 520억달러(약 6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현대모비스의 광고 장면 /영상 캡처=현대모비스 유튜브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엔진과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차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지었다면 이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는 중"이라며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주행·편의·안전 기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SDV 구현을 위해 필요한 핵심적 기술이 OTA(Over the Air)입니다. 무선 통신을 활용해 차량 시스템을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는 것이죠.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무선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OTA는 크게 'SOTA'와 'FOTA'로 나뉘는데요. SOTA는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FOTA는 동력 성능·브레이크·스티어링 휠 시스템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말합니다. 

OTA 기술력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테슬라입니다. 현재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의 OTA 서비스는 FOTA에 국한돼 있지만 테슬라는 SOTA까지 가능하기 때문이죠. 현대차그룹은 2019년 G90에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위한 FOTA를 탑재한데 이어 2021년 전기차 GV60엔 SOTA를 접목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OTA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2년 쯤으로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빨랐던 것으로 안다"며 "테슬라는 차량 OS뿐 아니라 핵심 반도체도 직접 설계하며 SDV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신' 강화 나서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우위를 점해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죠.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SDV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까지 현대차, 기아 모든 차종에 OTA를 기본 적용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은 SDV 역량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고요.  

폭스바겐그룹은 2021년 '뉴 오토' 전략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2025년까지 그룹 내 모든 차량에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하고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는 중이죠.

GM은 올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얼티파이'를 차량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GM의 진화형 전기 아키텍처 VIP(차량 지능 플랫폼)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죠. GM은 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 편의성과 브랜드 로열티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토요타는 자사 계열사가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아린 OS'를 2025년 전 차종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소비자에겐 득일까 실일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향후 상용화가 될 자율주행과 연관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향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SDV 기술력=자율주행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자율주행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완성차 업체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완성차 업체의 매출 대부분은 자동차 판매와 AS(사후 서비스)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SDV 시스템이 구축되면 소프트웨어(앱), 구독 서비스 판매가 가능하게 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030년이 되면 차량용 소프트웨어 매출이 자동차 판매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는 중입니다. 향후 SDV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출 규모가 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소비자에겐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SDV가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엔 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니깐요. 현재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무료 서비스들이 향후엔 유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유료 구독 옵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BMW는 지난해 7월 유럽 시장에 '커넥티드 드라이브 옵션'을 선보였는데요. 운전대와 시트 열선 시트를 이용하기 위해선 1개월 2만4000원(1년 23만원·무제한 53만원)을 지불해야합니다.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구독서비스(월 199달러)를 운영 중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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