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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중동시장 노크하는 이유

  • 2023.02.22(수) 17:29

국내 업계,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참가
구매력·의지 둘다 갖춰…아프리카 진출 염두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K-방산 자신감을 발견한 국내기업들이 올초부터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탈세계화로 자국안보 강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방산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IDEX 2023'(International Defense Exhibition & Conference 2023) 방산 전시회에 참가한다. 이번 IDEX엔 국내 기업 총 29개가 참석했다. 이 기업 모두 이번 전시회에서 자사들의 핵심 무기 체계를 선보이며 중동 국가에 K-방산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국내 방산 업계에게 중동은 낯설지만은 않은 시장이다. 과거부터 꾸준히 접점을 확대해나가며 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면서다. 작년엔 조(兆) 단위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오일 머니로 구매력을 갖춘 국가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K-방산 업계에 '큰손'이 돼줄 것으로 기대 중이다. 

UAE로 모인 K-방산

IDEX는 UAE에서 중동‧아프리카 최대 국제방산전시회로 1993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IDEX에는 전 세계 고위급 국방 관계자와 67개국, 1300여개 방산업체가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이하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기아 등 29여개 국내 방산 업체가 참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IDEX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해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됐다"며 "KAI, 한화, LIG넥스원 등은 단독 부스를 꾸렸고 다른 국내 방산 기업들은 따로 전시장 '한국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구영 KAI 사장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KAI 제공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주력 전투기 FA-50, KF-21과 소형무장헬기(LAH), 상륙공격헬기(MAH), 수송기,수직이착륙무인기를 선보인다. FA-50은 지난해 폴란드에 48대를 수출한 경공격기이며 KF-21은 개발을 진행 중인 국산 초음속 전투기다.

KAI 관계자는 "전시회 기간 중 UAE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고위 정부 관계자, 육·해·공 수뇌부와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긴밀한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방산)도 전시관을 꾸렸다. 이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미래 전장용 통합 방위 솔루션을 선보인다. 장거리용 다기능레이다, 다표적 동시교전 다기능레이다를 포함해 국산 자주포 K9,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등도 선보인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회에서 중동형 K2 전차를 전시했다. 중동형 K2 전차는 폭염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특수 고무 재질을 적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궤도를 장착해 파워팩 냉각 성능을 강화하는 등 중동 맞춤형 사양이 적용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중동 현지에 최적화된 K2 전차와 다목적 무인차량 등을 홍보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동 지역에도 K-방산의 우수한 역량과 기술력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1월 UAE와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LIG넥스원도 IDEX에 참가했다. LIG넥스원은 2009년부터 IDEX에 참여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장은 중동 시장의 수요와 환경에 맞춰 '대공, 대함&대지, 미래전' 등 3개 존(Zone)으로 꾸렸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2009년부터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방산 전시회에 꾸준히 참석해오며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신규 파트너를 발굴하고 기존 수출대상국과의 관계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완성차 업체 기아도 IDEX에 참석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방산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기아가 유일하다. 기아는 2015년부터 꾸준히 IDEX에 참가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수소 ATV(수소동력 경전술차량) 차량'을 공개하고 주요 시장인 아프리카·중동 지역을 겨냥한 소형전술차량 '기갑수색차'와 '베어샤시'를 전시했다. 

기아 관계자는 "일반적인 완성차 업체와 달리 특장차 사업부가 따로 있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미래 기술을 적용한 특수차량을 개발함으로써 안전하고 편리한 군의 이동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문 두드리는 이유

국내 주요 방산 업계가 중동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일머니에서 나오는 '구매력'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 특성상 방산 수주는 우선적으로 국가 대(對) 국가로 이뤄진다"며 "그만큼 무기 체계 구매하려는 국가의 경제력, 구매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에서 중동 지역은 든든한 오일머니로 구매력을 갖췄기 때문에 방산 업체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는 구매 의지다. 방산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최근 중동 국가들은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미국 간 핵 문제를 두고 대립이 장기화된 영향이다.

다만 아직 중동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규모가 주요 선진국 대비 크진 않다. 스톡홀름연구소 따르면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 10여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8위)만 중동 국가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가 방산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큰손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와 무기 체계 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동 국가는 미국산 무기 체계를 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일례로 작년 UAE가 한국산 무기 체계를 대규모 구입했고 이는 방산 업계에게 (수주를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국가와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IDEX는 중동 지역에서 열리지만 아프리카 국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DEX가 UAE에서 열린다고 해서 중동 국가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박람회엔 아프리카 국가 관계자들이 굉장히 많이 참석하고 있는데 이를 기회 삼아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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