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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관심 가진 이것…'게임 체인저 된다'

  • 2023.03.01(수) 09:00

안전성 높인 전고체배터리 2027년 양산 목표
일본·중국도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개발 나서

/그래픽=비즈워치

배터리 산업이 발달한 한·중·일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두고 '삼국지'를 펼치는 모양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안정성과 전력 효율을 대폭 높인 꿈의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I를 방문해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전고체 배터리를 눈여겨 보기도 했다.

때문에 여러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 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는 곳이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서다.

JY 관심사업 '꿈의 배터리'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삼성SDI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삼성SDI 수원사업장 방문을 두고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점찍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아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키지, 삼성디스플레이의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라인을 둘러봤다. 모두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사업들이다. 이번 삼성SDI 방문 역시 미래 먹거리를 직접 살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전고체 배터리를 눈여겨본 이유는 이 기술이 상용화만 된다면 배터리 업계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전고체 배터리란 리튬이온 배터리 내 액체 상태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손상됐을 때 액체 상태의 전해질과 음극·양극이 섞이면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면 양극과 음극이 섞이는 현상을 방지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액을 고체로 대체해 안정성이 높인 점이 특징이다. / 사진=삼성SDI 제공

동시에 고체 상태 전해질은 분리막 역할도 가능해 배터리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또 흑연·실리콘 대신 리튬 금속을 음극 소재로 사용해 에너지 밀도도 높일 수 있어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와 달리 이온 전도성이 높지 않아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의 리튬이온이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지나 음극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전해질이 고체일 경우 전해질 사이로 리튬이온을 이동시키기 위한 별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다수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다는 단순한 논리 같아 보이지만, 실제 적용하기는 까다로운 기술"이라며 "어렵게 개발을 마치더라도 실제 양산까지는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 두고 한·중·일 격돌

전고체 배터리는 장차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 수요가 2025년부터 급증해 2030년 160.1GWh(기가와트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2.1GWh의 80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개발하는 쪽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성분에 따라 고분자계·황화물계로 나뉜다. 고분자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개발이 쉽지만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이 다소 낮다. 황화물계는 전도성과 안전성이 높아 가장 가치가 높지만, 기술 개발이 어렵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두 가지 종류를 전부 개발 중이다. SK온과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기준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 중 상용화 목표가 가장 이른 곳은 삼성SDI로, 2027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았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 시험생산 라인을 준공하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중 라인 준공을 마치고 하반기 중 소형 샘플 셀을 제작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파일럿 라인 가동을 기점으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개발 속도를 높여 양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1800억원을 투자해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 난이도가 낮은 고분자계는 2026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전고체 배터리 선도 기업인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0만달러(약 394억원)를 투자했다. 양사는 이르면 2025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9년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SK온 독자적으로는 배터리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고체 전해질과 리튬메탈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선 현대차그룹이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2030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종주국인 일본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일본은 한때 소니를 중심으로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에 밀려난 상태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다시 시장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 토요타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활발하다. 토요타는 지난해 7월 기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총 1331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다. 2위인 파나소닉(445건)과도 2배 이상 차이다.

토요타가 지난 2020년 6월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 모습. / 영상=토요타

토요타는 전기차 시장에 늦게 진출한 만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서둘러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배터리 개발·생산에 2조엔(약 19조4226억원)을 투입한다. 이 회사는 그 결과 지난 2021년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이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닛산자동차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밝혔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전고체배터리의 파일럿 생산을 시작하고, 2026년에 초기 개발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이후 2028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해 차량에 탑재할 예정이다.

중국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CATL)은 2025년까지 1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2030년엔 2세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의 둥펑자동차는 지난 1월 초 열린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2024년 상반기까지 1000km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전문 팀을 구성해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운영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세레즈와 니오, 란투 등 여러 중국 완성차 업체도 올해 전고체 배터리 이전 단계인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이 실제로 완성도 높은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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