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전기차 시장 전략을 바꾸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나란히 유탄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드의 핵심 공략 포인트였던 대형차와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전기차 생산 감소 추세가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포드, LG엔솔-SK온 '미래' 흔들다
지난 17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와 지난해 10월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셀 및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이 포드 측의 해지 통보로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은 내후년 1월부터 오는 2032년 12월까지 75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약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매출액 28.5%에 달한다. 이 계약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에 계약이 해지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수익원이 급감했다는 평가다.
포드 측이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건 미국 내 정책환경 변화와 전기차 수요 전망 변경으로 일부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그간 포드는 대형 픽업 트럭, 고급 SUV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 전략을 이어왔는데 미국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내 전기차 보조금 삭감 정책이 9월부터 본격화 되면서 보조금 막차 수요는 있었지만 포드는 이러한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포드가 중점적으로 공략하려 했던 대형 전기차 시장이 종전 전망보다 성장세가 도드라지지 못해 적자가 누적,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포드는 핵심 전기차 모델이었던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축소키로 하고 향후 출시하기로 했던 전기 SUV 출시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전기차 부문에서 예상되는 적자 규모는 7조원대로 추정된다.
포드의 전기차에 대한 전략 수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장기 수익원을 잃게 된 현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1일 SK온은 포드와 함께 운영하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이 완료되면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단독운영하게 되고 포드는 켄터키 1공장과 2공장을 가져가는 구조였지만 그간 16조원을 들이며 공을 들여왔던 핵심 고객사를 잃게 된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작법인을 정리하면서 차입금 등에 대한 부담은 포드 측이 가져가는 데다가 SK온의 생산 품목 및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간 들인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미래 안정적인 수익원이 사라진 것은 매한가지다, 포드급 물량을 소화해줄 고객사를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SS로 바꿔도 고민은 여전
업계에서는 포드를 이어 GM과 스텔란티스 등도 북미 시장의 전기차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긴 하지만, 북미 시장의 경우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실제 GM의 경우 애초 계획했던 2035년까지 전기차 완전 전환 계획을 수정했고 차기 신모델을 내연기관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중심이 미래 전략을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투자 감소는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GM 및 스텔란티스와 협력관계에 있는 삼성SDI의 성장 경로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 전반이 미국발 전기차 시장 둔화의 사정권 안에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3사가 북미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해놨고 북미 지역 생산 물량을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 투자를 늘린 상황에서 현지 전기차 시장 둔화는 분명 부담"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북미 생산거점이 전기차용 배터리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위주로 재편되는 속도가 더욱 확대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와 달리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해 ESS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다만 ESS의 경우 대부분 AI인프라에 투입되고 있는데 인프라 시장 자체는 가격 마진이 낮은 데다가 단순 ESS 공급을 넘어 인프라에 공급된 이후 사후관리까지 이어져야 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의 북미 설비는 대부분 전기차용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요가 둔화하면 이 설비 중 일부는 ESS용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라며 "과거에는 EV공백을 일부 메우는 차원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주요 생산 목적이 돼야하는데 장기적인 핵심 수익원으로 깔고 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북미 시장 국내 배터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띠어야 한다"라며 "이에 대비한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북미 시장에서의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