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면서 중남미 정세가 다시 불안 국면에 들어섰다. 국제유가는 즉각적인 급등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군사 개입과 에너지 전략이 맞물린 사안인 만큼 정유업계는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잇따라 내부 점검 회의를 열었다.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과 자국 석유기업 중심의 재건 구상을 언급하면서, 향후 원유 시장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각) 새벽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이후 일정 기간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관리·통치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정권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붕괴된 상태"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인프라를 복구하고 생산과 수익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 매장량 기준 약 3000억 배럴을 보유한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이다.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실제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안팎에 그친다. 글로벌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수준이다. 1970년대 석유 산업 국유화 이후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생산과 수출을 통제해 왔으나 정치적 개입과 장기간 투자 공백으로 설비 노후화가 심각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석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베네수엘라는 매장량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실제 생산 능력은 낮다"며 "현재 전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쳐 수급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20년 넘게 수입하지 않고 있어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간접 영향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조 실장은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다른 지역서 대체 수입할 경우 특정 지역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라며 "올해 기준으로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약 380만 배럴가량 많은 공급 과잉 국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태 직후 브렌트유와 WTI 가격도 배럴당 1달러 안팎의 제한적인 반응에 그쳤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이면에 미국의 물가 안정과 에너지 패권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생산 능력이 회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 하락은 정유사에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다. 원유 도입 시점보다 제품 판매 시점에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재고 평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정제마진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다른 전문가들도 베네수엘라 원유의 특성상 단기간 내 공급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한 국제정치·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베네수엘라 원유는 점도가 높은 초중질유로 정제에 대규모 자본과 기술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서구 정유사들의 재진입 없이는 생산 정상화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중남미를 향해 미국의 힘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이 공식 SNS에 올린 'FAFO'는 '선을 넘으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의 경고성 표현이다. 일각선 주권국가의 현직 대통령을 군사력으로 체포한 점을 두고 국제법 위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당분간 관망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조 실장은 "작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당시에도 유가는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빠르게 정상화됐다"며 "이번 사안은 지리적으로도 더 멀고 석유 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 영향력은 그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정학적 이슈의 확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석유선물시장을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