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다시 한 번 경고음을 울렸다. 실적 반등 국면에서 나온 메시지는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으로 압축됐다. 회복의 신호를 성취로 오인하지 말고, 근본 경쟁력을 되찾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의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열린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공유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자리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 성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에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등장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 격차까지 빠르게 좁히고 있고, 미국은 관세와 투자 압박을 동시에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놓인 전략적 곤경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다. 이 회장이 이 표현을 다시 꺼낸 것은 단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지속을 임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긴 터널을 지나왔다. 그러나 이달 초 공개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냈다. 시장에선 '부활'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이 회장은 단기 반등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적 개선에 안주할 경우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 회장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합 위기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뿐 근본 체질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을 언급했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돌파 과제로는 인공지능(AI) 중심 경영, 우수 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이 제시됐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조직 관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도 전달됐다. 지난해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에 이어 올해는 실행과 성과를 강조한 메시지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조직 관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를 재개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메모리 기술 정상화의 신호를 내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AMD가 진행한 HBM4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 다음 달부터 양산 제품 출하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HBM4는 고객사 요구치인 초당 10Gb를 넘어 초당 11.7Gb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과 AMD의 'MI450'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4분기 HBM3E 12단 제품 테스트 통과와 구글향 납품 확대에 이어 HBM4에서도 가장 먼저 출하에 나서며 "삼성의 메모리 기술력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3E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렸던 삼성전자는 HBM4에서 최고 성능 구현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를 적용해 재설계 없이 검증을 통과한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오는 29일 예정된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에서 HBM4 관련 구체적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강조한 '기술 경쟁력 회복'이 HBM4를 기점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