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이 장외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영풍의 지분 3.76%를 쥐고 있는 KZ정밀이 영풍 현 경영진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며 주주총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업계에서는 KZ정밀 대주주가 사실상 고려아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려아연의 '영풍 흔들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KZ정밀은 이달 개최 예정인 영풍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 이사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현물배당 근거 신설 △ESG위원회의 격상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에 관한 주주제안을 요구했다.
먼저 KZ정밀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현행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정관 개정을 제안했다.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 취지를 선제적으로 정관에 반영해 소수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감사위원의 이사회 진입 기반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2026년 내 자기주식을 적정 규모로 취득, 취득 주식은 올 연말까지 모두 소각하는 안건도 요청했다. 아울러 현물배당 도입, 분기배당 근거 신설을 위한 정관 개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환경 및 안전 리스크를 이사회 차원에서 상시 감시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격상하자고도 제안했다. 석포제련소의 환경 및 근무자들의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이사회 내 위원회로 높여 제대로 된 감시체계를 대외에 알리자는 취지다.
KZ정밀은 이같은 주주제안 배경으로 영풍의 주가 저평가, 실적 악화,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및 안전 문제, 환경오염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 문제점 등을 꼽았다.
KZ정밀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영풍의 기업가치와 평판, 내부통제 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이로 인해 주주가치에 악영향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영풍의 경영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정상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KZ정밀은 지난 영풍의 별도기준 영업손실 규모가 2021년 728억원, 2022년 1078억원, 2023년 1424억원, 2024년 884억원 등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점을 근거로 들면서 영풍 현 경영진이 투자에 소극적인데다가 본업인 제련사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이후에도 제대로 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KZ정밀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토양 정화 등 환경 복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주주 및 시장에 충분하게 공유하지 못한 점도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관계자는 "영풍의 장기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이번 주주제안은 이사회에 대한 견제 및 감시 기능 강화, 주주환원 수단의 다변화 및 예측가능성 향상, 주주권 행사 제약 해소, ESG거버넌스 강화, 실질적 주주가치 제고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KZ정밀은 이 같은 주주제안에 영풍 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안을 명시해달라고 KZ정밀에 회신했으며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상세한 검토 및 절차를 거쳐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알려주겠다고만 전해왔다는 설명이다.
KZ정밀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은 영풍의 기업가치와 신뢰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며 "영풍 이사회는 상법이 보장한 주주제안권을 존중해 제안한 안건을 상정하고, 모든 주주가 논의하며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KZ정밀 주주제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KZ정밀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가 지분율 34.8%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과 동일인으로 분류되는 KZ정밀 지분률을 모두 더하면 7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최윤범 회장 측이 KZ정밀을 통해 영풍의 지배구조를 흔들며 본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방어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풍이 KZ정밀 측에서 제안한 이번 자사주 소각에 나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현금 유출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재 영풍 측은 연이은 적자 누적으로 여력이 부족하다. 아울러 향후 다른 주체가 영풍의 지배구조 흔들기에 나설 경우 지배구조 방어를 위한 자사주 활용이 제약되는 등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