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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의 교훈'…석포제련소 어찌할까

  • 2026.03.06(금) 06:55

환경단체 "석포제련소 폐쇄하고 토지 정화해야"
1989년 문 닫은 장항제련소, 아직도 환경개선중
감산·환경부담금 가능성…폐쇄·복구 병행도 방법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 석포제련소를 존치할지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환경단체 중심으로는 오염된 석포제련소 부지 정화를 위해선 폐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대 주민들은 지역경제를 위해 석포제련소를 유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포제련소 굴뚝에서 증기가 연신 발생되고 있다. /영상=이경남 기자 lkn@

"석포제련소 문닫고 토지 정화해야"

환경단체 측은 석포제련소의 폐쇄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석포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석포면 일대 뿐만 아니라 태백산 국립공원, 낙동강 하류 인근까지 전방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영풍 측에서 지속적인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카드뮴 등 중금속이 유출된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련소의 문을 닫고 환경개선에 온전히 힘을 쏟아야만 겨우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선례도 있다.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에 위치했던 장항제련소다. 장항제련소는 제련생산공정을 1989년에 폐쇄했지만 제련소 운영기간 동안 노출된 중금속이 일대를 오염시키면서 20년 가까이 흐른 2007년에도 인근에서 생산된 농산품에서 카드뮴, 납 등이 연이어 검출됐다. 이후 장항제련소 반경 4km 내 지역 중 20%가량이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후 장항제련소 부지 인근은 경작이 금지되고 주민 이주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정부가 수천억원을 들여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 나섰고 이는 2020년에야 마무리 됐다. 환경개선 사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석포제련소가 지속적으로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련공정 과정 자체에서 환경오염 문제는 필연적으로 뒤따라올 수 밖에 없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제련소는 관리를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황, 납, 카드뮴, 비소 등이 누출된다"라며 "제련소 설비를 통해 100% 환경 오염 없이 제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부지 바로 밑의 토양 오염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석포제련소 부지 하부에 있는 토양에는 카드뮴이 검출 기준의 33만배가 검출되고 이 토양을 통해 오염된 음용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낙동강 이남 1300만 시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다. 

신기선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 회장은 "공장 하부에는 카드뮴이 기준치의 33만배가 검출되는 등 어마어마하게 오염이 돼 있고 이 물이 지속적으로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차집시설 설치를 완료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운영되는지 검증이 안되고 있다. 외부에 테스트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자고 해도 영풍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풍 측과도 지속해서 소통을 하는데 영풍 역시 공장 하부의 오염된 토양 조치를 위해서는 공장을 뜯어내고 해야하는데 공장 운영과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라며 "오염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 폐쇄 반대하는 단체의 간이 사무실. /사진=이경남 기자 lkn@

"석포제련소 지역 경제 생명줄"

석포제련소 폐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환경보다는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포면 일대는 물론 인근 태백시까지 석포제련소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석포면 및 태백시 주민들이 발족한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 측은 "석포제련소 폐쇄 논의는 지역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지역 말살 정책"이라며 "석포제련소 설립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터전이자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한 지역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전했다. 

석포제련소에는 현재 약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석포제련소와 관련된 하청업체 근로자들들을 모두 합하면 1000여명이 넘는다. 석포면 일대의 상인 등을 합할 경우는 1500여명까지 늘어날 거라는 게 석포면 주민들의 입장이다. 

석포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해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 한 두달여 동안 지역이 완전히 유령도시처럼 변했다"라며 "석포면이 다른 지방처럼 소멸하는 미래는 이미 재현됐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이 지역소멸을 막자는 것인데 석포제련소를 폐쇄를 추진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환경 문제 역시 영풍의 지속적인 투자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지나친 공포감 조성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는 "영풍이 매년 1000억원 가량을 들여 환경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하지 않느냐"라며 "실제로 공기도 많이 깨끗해졌고 토양과 수질 역시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영풍의 지속적인 투자를 칭찬해줘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풍,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영풍 측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환경 오염이 관측될 경우 영풍을 향한 제련소 폐쇄 및 이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은 높지만 실적만 보면 영풍은 여력이 부족하다. 최근 해외 아연 제련소 신규 설립 등에 들어가는 금액 등을 살펴보면 폐쇄 및 이전 시 30억~50억달러 가량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 기준 약 4조4000억원에서 7조3600억원 가량이다. 

영풍의 실적을 감안할 때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해 적자가 이어지면서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투자 여력 역시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영풍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592억원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3년 1698억원, 2024년 160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영풍의 현금흐름까지 막히면서 제련소 폐쇄 및 이전에 나설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게 영풍의 입장이다.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가치는 현 주가 기준으로 1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주식시장이 다소 과열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해당 지분 가치는 10조원은 충분히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강남구 논현동과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건물의 가치도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평가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쌓아둔 채 환경개선과 제련소 이전 등에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석포제련소 폐쇄·이전은 이사회 논의 사항이라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상법 개정안으로 이사회가 회사를 넘어 주주들의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사회가 장기적인 주주이익을 위해 어떤 결정이 나올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석포제련소 환경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해온 결과 더 무거운 통지서를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조건부 운영 형태를 강력하게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석포제련소를 그대로 운영하되 투명하고 넓은 범위의 환경 개선 사항을 점검토록 하는 방향이다. 이후에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통해 단계적으로 감산 조치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역시 영풍이 환경부담금을 내야 하는 등 부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방향은 영풍의 여러 공장 중 현실적으로 현재 조업 중인 일부는 조업을 이어가면서도 가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환경오염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공장부터 단계적으로 폐쇄와 복구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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