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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원 삼성' 보상 체계의 흔들림

  • 2026.04.02(목) 16:15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또 멈춰 섰다. 이번엔 이틀 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하나에 협상의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보상 체계의 합리화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많이 번 사업부가 더 가져가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일면 타당하다. 문제는 그 요구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노조가 요구한 방식대로 성과급 제도를 바꾸면 메모리 사업부는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다르다. 성과급이 47%에서 11%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같은 반도체 조직 안에서도 '이익 나는 곳만 챙기겠다'는 구조다. 

초기업노조라면 최소한 전사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그러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조합원 넷 중 하나가 DX부문인데도 그들의 이해는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메모리 중심의 요구만 남았다. 이름은 '초기업'인데 실제로는 특정 사업부 노조에 가깝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회사는 상한을 넘는 특별 포상과 경쟁사 이상 지급을 약속했다. 영업이익의 13%까지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임금 인상·주거 지원·출산 지원까지 포함한 복지 패키지도 함께 제시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제도를 바꾸라"며 협상을 접었다. 실질 보상보다 형식을 택한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타이밍 산업이다. 호황기에 번 돈은 다음 불황을 버틸 체력이 된다. 이를 고정 배분 구조로 묶어버리면 기업은 위기 대응력을 잃는다. 지금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생존의 문제다. HBM·파운드리·AI 인프라 등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서 '더 가져가기'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09년 파산한 GM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성과와 무관하게 고정된 보상 구조가 쌓이면서 결국 기업 자체가 흔들렸다.

노조가 보상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협상은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회사가 총보상 확대를 제시한 상황에서 제도 문구 하나에 집착해 판을 깨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이 기업을 만든다지만 기업이 흔들리면 사람도 버티지 못한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과급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업부를 묶고 다음 사이클까지 버틸 수 있는 보상 구조가 먼저다. 노조가 지켜야 할 것은 '상한 폐지'가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기업 자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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