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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원한다"는 형, '녹취' 꺼낸 동생…효성家 형제 법정 격돌

  • 2026.08.24(월) 09:30

조현준·현문, 12년 만 형사 법정서 직접 대면
2011년 내부감사·2012년 녹취 놓고 정면충돌
"비리 지적은 경고" vs "간접 압박·가스라이팅"
조현준 "부친 임종 전까지 고소 취하 말라 해"

효성가(家) '형제의 난' 당사자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12년 만에 법정에서 마주했다. 조 회장은 동생이 자신과 가족을 협박했다며 "처벌을 원한다"고 했고, 조 전 부사장 측은 비리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을 뿐 협박은 아니라고 맞섰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를 뒷받침한다며 2012년 두 형제의 대화 녹취도 법정에 제시했다. 2014년 경영권 분쟁으로 갈라선 형제가 법정에서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초동' 세 글자에 엇갈린 형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는 지난 21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공갈미수 등 혐의를 받는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오전에는 검찰이, 오후에는 조 전 부사장 측이 조 회장을 신문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을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회사 기여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도자료를 회사 측이 배포하도록 요구, 배우자와 관련한 소문에 사과하지 않으면 회사 비리를 수사기관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오전 검찰 주신문에서는 이 같은 요구를 '협박'으로 볼 수 있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조 회장은 문제의 보도자료를 두고 "사실도 아니고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저희 힘으로는 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발전과 중공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고 효성이 그의 사임을 안타깝게 여기며 앞날을 축복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 회장은 "중공업이 거의 망가진 것도 현문이가 있을 때 있었던 일"이라며 "감사한 마음도 없었고 사임을 안타깝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데 대해선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언급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언론·송사 자문을 맡은 박 전 대표에게서도 '교도소', '비리 폭로' 등의 말을 들었다며 "협박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두 형제 갈등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2011년 그룹 내부감사도 도마에 올랐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승인 없이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비서와 외부 로펌을 감사에 참여시키고 임직원 컴퓨터를 포렌식했다며 "명백한 불법 감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당시 그룹 쇄신을 위한 감사 과정에서 조 회장의 비리 정황을 확인해 부친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그룹에서 밀려났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조 회장이 기존 거래업체를 밀어주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효성 임원들이 해당 업체에 내부 평가 내용을 전달한 정황도 제시했다. 감사에 나설 만한 배경이 있었다는 취지다.

14년 전 녹취 법정서 재생…조현준 "기억 없다"

오후 반대신문에서는 조 회장이 주장한 '협박'의 실체를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반대신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 전 부사장 측이 꺼내 든 2012년 6월 12일 형제 간 대화 녹취였다. 당시 두 형제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이 "기억이 없다"고 답하자 변호인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직접 녹음한 것이라며 녹취록과 음성 파일을 법원에 제출했다.

조 회장은 녹취록 전문을 직접 읽어봐야겠다는 뜻을 밝혔고 재판부는 약 10분간 휴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녹취록을 증인석에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다. 신문 재개 후 음성 파일 일부가 법정에서 재생됐지만 조 회장은 "기억이 없다"며 "제 목소리인지도 잘 인지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조 회장으로 지목된 인물이 △ERP 사업자 선정 △일부 계열사 지원 △회사 자금 사용 문제 등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겼다. 조 전 부사장이 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까지 형사 처벌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하자, 자신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막겠다는 취지로 답한 대목도 포함됐다.

변호인 측은 이 대화를 근거로 당시 조 회장이 동생의 비리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녹취록상 조 회장으로 지목된 인물은 비리와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협박이 아닌 '걱정'이나 '블레임'으로 표현하고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중공업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비리 문제와 조 전 부사장을 둘러싼 음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녹취록에 담겼다는 게 변호인 측 설명이다.

당시에는 문제 제기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가 훗날 이를 협박으로 규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 회장은 관련 대화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녹취 공방 이후 보도자료 배포 요구의 성격을 놓고도 양측 설명은 엇갈렸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를 협박이 아니라 '퇴사를 확정짓기 위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러 차례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처리가 되지 않자 다시 사임서를 제출, 퇴사 사실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하기 위해 효성 측에 보도자료 배포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 내부감사 이후 가족과의 갈등이 깊어진 데다 배우자를 둘러싼 소문까지 퍼지면서 회사와 집안 모두에서 완전 결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조 회장은 법적 절차와 별개로 오너 일가가 회사를 떠나려면 부친의 승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나 현문이나 아버지 아들이니까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 입사시험을 보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며 "사임하려면 아버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자 관련 소문의 출처도 쟁점이 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당시 효성 법무팀 소속 변호사가 조 전 부사장에게 해당 소문이 모친 송광자 여사의 지시로 작성·유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출처가 의심스러웠다면 조 전 부사장이 경찰 등을 통해 직접 확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효성 내부 인사가 모친을 소문의 유력한 출처로 지목한 만큼 이를 단순한 허위로 치부하기 어려웠고 차마 모친을 상대로 고소·고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대신 가족 측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역시 집안과 결별을 결심한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인가 '사후 해석'인가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처분하기 위해 가족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쟁점이 됐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나 박 전 대표로부터 주식을 사달라는 요구를 직접 받은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대신 언론인·법조인·기업인 등을 통해 '주식을 정리해야 문제가 끝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이를 조 전 부사장 측의 간접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직접 들은 것은 없지만 모든 게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며 이를 '가스라이팅'으로 표현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들 가운데 누구도 조 전 부사장의 지시를 받고 그런 말을 했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공방은 조 회장이 언제부터 이런 압박의 목적을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으로 인식했는지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2016년 9월 박 전 대표 관련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박 전 대표 PC에서 확보한 자료와 성공보수 약정 등을 본 뒤에야 조 전 부사장 측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자료를 보고 '이런 일이 있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이 당시 본 자료의 증거능력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자료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벗어나 압수된 위법수집증거이고, 이를 토대로 이뤄진 조 회장의 고소와 효성 관계자 진술 역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이다.

2013년 사임 당시 보도자료 배포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도마에 올랐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이 보도자료를 오후 3시에 내도록 요구한 점과 다음 날 효성 주식 24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 점을 연결 지었다. 장 마감 무렵 사임 사실을 효성 명의로 공식화해 주가에 미칠 영향을 줄인 뒤 주식을 팔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왜 아침도, 오후 1시도, 2시도 아닌 정확히 3시에 발표하라고 했는지 나중에야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러한 해석 역시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검찰이 동생의 처벌을 원하는지 묻자 조 회장은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부친께서 임종 직전까지도 현문이가 뉘우치도록 고소를 취하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 방법밖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 없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성과도 충분히 거뒀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며 "재산 문제라면 재산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조 회장에 대한 2차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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