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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찍고 파운드리까지…삼성-엔비디아, '전방위' AI 동맹

  • 2026.08.26(수) 14:59

엔비디아 '그록3' 핵심 LPU…삼성이 전량 생산키로
평택 4나노 가동률 100% 근접…파운드리 흑전 기대
오픈AI 칩 '할라페뇨' 에도 삼성 HBM4 탑재 추정

생성형 AI(ChatGPT)로 제작한 이미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추론 시스템 '그록3 LPX' 양산에 들어가면서 핵심 칩 생산을 맡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HBM에 이어 로직 반도체까지 공급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오픈AI가 자체 개발한 추론용 AI 칩에도 삼성전자의 HBM4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춘 삼성전자의 수혜 폭도 한층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율 80%' 넘긴 삼성 4나노

엔비디아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 '핫칩스 2026'에서 AI 에이전트 구동과 고속 추론에 특화된 '그록3 LPX'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록3 LPX는 언어처리장치(LPU) 256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제품이다. 

일반 D램이나 HBM 대신 속도가 빠른 S램(SRAM)을 적용, 데이터 접근 시간을 줄이고 추론 성능을 높였다. 엔비디아는 코딩 등 에이전틱 AI 작업에서 경쟁 플랫폼보다 최대 4배 빠른 응답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록3 LPX의 핵심인 LPU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전량 생산한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4나노(㎚·10억분의 1m) 공정이 활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GTC 2026'에서 "삼성이 그록3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고객사는 AI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로 연말부터 자체 추론 플랫폼에 그록3 LPX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양산은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록3 생산 수율은 지난 4월보다 최근 2~3배 개선돼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80% 이상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같은 4나노 계열 공정에서 HBM4 베이스다이를 대량 생산하면서 공정 완성도를 끌어올려 왔다.

수율 개선에 AI 반도체 주문까지 몰리면서 평택 4나노 라인은 최근 가동률이 100%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협상력도 살아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4·5·8나노 일부 공정의 신규 주문 가격을 최대 10~15%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는 배경이다.

메모리에서도 엔비디아향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들어가는 6세대 HBM인 HBM4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키방크는 최근 루빈 GPU의 연간 출하량 전망치를 175만대에서 약 190만대로 9% 높여 잡았다. 루빈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 대규모 HBM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공급 물량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베라 CPU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 모듈 'SOCAMM2'와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 범위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주요 반도체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단순 HBM 공급사를 넘어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를 함께 제공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픈AI도 자체칩 가세…삼성엔 새 기회

AI 추론칩 시장이 엔비디아 밖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기회다. 오픈AI는 최근 자체 개발한 추론용 AI 칩 '할라페뇨'가 엔비디아의 현행 최고 사양 제품인 GB300보다 전력당 처리 성능과 응답 속도에서 앞섰다고 밝혔다.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한 이 칩은 연내 오픈AI의 AI 모델 구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IT 전문매체 세미애널리시스는 할라페뇨에 패키지당 대역폭 15.4TB/s의 HBM4가 탑재됐다며 공급업체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실제 공급이 확인될 경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선 AI 기업까지 HBM 고객군을 넓히게 된다.

AI 반도체 시장도 학습용 GPU 중심에서 추론 전용 칩으로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 단계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그록3와 오픈AI 할라페뇨 같은 맞춤형 반도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칩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이를 생산할 첨단 파운드리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HBM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수요 확대를 파운드리 실적 반등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AI6' 등 2나노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데 이어 4나노에서도 엔비디아 물량이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첨단공정 가동률이 높아지고 신규 수주가 늘면서 이르면 올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메모리에서 파운드리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AI 칩이 GPU 일변도에서 다양한 추론 전용 반도체로 확산할수록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가져갈 수 있는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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