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벼랑에선 증권투자]②금융지식보다 더 소중한 것들

  • 2014.07.04(금) 10:13

부족한 성공경험·짧은 투자역사→이해력 저하
단순한 지식보다 `위험-수익률 관계` 자각 필요
`낯설고 어렵다`는 인식 깨야 투자자 능동성 발휘

최근 방송전파를 타고 있는 대우증권의 '당신에게 쉬운 금융이야기' 광고는 유튜브에서 한달새 조회수 200만건을 넘보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차범근 감독과 90년대 '그림을 그립시다' 방송으로 국내에서도 꽤 유명세를 탄 화가 고(故) 밥 로스가 나온다.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로 축구와 미술에 대해 설명한 뒤 "참 쉽죠?"라고 되묻는다. 곧 증권사 직원이 나와 이들처럼 "'자동조기상환'과 '녹 인 배리어' 등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금융상품에 대해 설명한 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금융상품 설명을 꼬집으면서 이제는 좀더 쉽게 다가가겠다는 메시지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만든 광고는 알아서 다 해주겠다는 메시지가 강했다. 고객을 대신해 좋은 상품을 발굴해주겠다고 공언하거나, 알아서 관리해주는 자산관리 덕에 행복하게 미소 짓는 고객의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등장했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능동적인 컨셉은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얻었다.

 

과거 목돈마련의 목적이자 돈을 굴리는 투자수단이었던 부동산은 더이상 이전처럼 재테크 대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산증식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수익률이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이렇다보니 주식이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동산이 오랫동안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은 상당히 익숙하다. 금융상품처럼 용어가 어렵긴 매한가지일 수 있지만 어느정도 개념만 알면 투자가 가능했고 곧 친숙해졌다.

 

이에 비해 금융상품은 어렵다는 인식이 먼저 들고 용어는 물론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꽤 어렵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단순히 사려면 재무제표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펀드나 금융상품에 들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시장이 낯설고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리스크 자체보다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더 큰 이유로 꼽힌다. 사후관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손실이 날까 두려워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 투자자도 있다. 당연히 고수익을 염두에 두는 만큼 리스크를 어느 정도 담보해야 하지만 이를 감수할 의사가 애초에 없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리스크 회피가 아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점 또한 큰 걸림돌이다. '개미의 무덤'처럼 부정적 인식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투자를 애초부터 꺼리게 만드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장기 자금이 펀드 등으로 유입되지 못한데는 성공경험 부족에서도 기인한다"며 "2000년대 이후 몇차례 증시 등락과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로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자산증식 수단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곤란했다"고 판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금융시장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자의 이해가 이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투자의 역사 자체가 짧다"며 "금융제도가 빠르게 선진화된데 비해 투자자들의 인식은 후진적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시장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금융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금융 이해력은 중위권으로 나왔고 실제 이해도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지식이나 금융행위, 정보수집은 상위권에 속했지만 금융태도 자체는 15개국 중 13위에 그쳤다. 또 소득이나 교육계층별로 차이가 커지면서 특정 계층만 금융이해도가 높았고 활발한 정보 수집 활동에도 불구, 금융과 경제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행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 국가별 금융이해력 수준 및 국민소득, ()는 금융이해력 점수 순위(출처:한국은행)

 

 

지난해 한국씨티은행 조사에서도 한국은 아태 지역  7개국 가운데 금융을 가장 모르는 나라로 집계됐다. 노후 대비는 물론 돈 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다.

 

채준 서울대학교 경제대 교수는 "투자 행위에서 위험과 수익률 간의 관계를 투자자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며 "이것이 그대로 반영돼 실천될 때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문화를 만들고 이해를 높이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아무리 자산관리를 외쳐도 이를 이해하고 요구하는 투자자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다행히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다. 한국 증시 변동성은 과거보다 낮아졌고 배당과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 자체는 과거보다 선진화됐다는 평가다.

 

코스피가 2000선 박스권에 갇힌 지 오래지만 장기적인 수익률 면에서는 주식시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1980년 100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로 올랐고 30여년간 평균수익률을 따져보면 연평균 10%에 달한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서 볼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 투자 위주로 대응하거나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시가총액 기준 개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2009년 35%에 육박하다 지난 2012년에는 24%로 하락했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연계증권(ELS)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증권사 수익성 보전과 국민들의 금융자산 축적을 위해 자산관리와 노후준비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 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