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의지를 내비치자 증시는 반기고 있다. 투자든 배당이든 기업들에 묶여 있던 돈이 풀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저금리·저성장 시대 도래로 배당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이 주목받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배당주에 대한 매력을 더 배가시킬 조짐이다. 수혜주 범위도 더 넓어졌다. 사내유보금 과세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주식들은 그간 나온 배당 수혜주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잠재적인 배당가능 기업이 더해지고 배당에 소홀했던 대형주들이 일제히 주목받고 있다.
◇ 배당이든 투자든..사내유보금 해소 자체 긍정적
사내 유보금 과세 추진으로 기업들은 볼멘 소리를 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 입장도 절실해 보인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둔 세금을 보면 배당소득 관련 부분이 가장 미진했다. 따라서 배당소득 증가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예산확보 차원에서도 당위성을 부여하는 모양새다.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는 최근 내정 당시부터 기업배당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고 배당투자 세제지원과 기업 적정유보초과제한세 도입이 거론됐다. 이 중 적정유보초과제한세가 먼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적정유보초과제한세는 기업의 현금활용을 제약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사내유보자금의 적절한 통제와 배당소득 증가, 내수 개선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증시 역시 긍정적인 측면의 덕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기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금을 쌓은 입장에서는 상여금을 주거나, 배당을 늘리거나, 투자를 재개하거나 기로에 섰다"며 "무엇이든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은 상황을 감안하면 배당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도 "배당촉진 의도도 함께 담겨있는 만큼 실현 여부를 떠나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배당수익률 상승과 투자확대, 신규투자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잠재적 배당주로 투자 스펙트럼 확대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활용을 위해 투자로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최근 기업 배당 요구나 성장 부진에 따른 투자 효과 반감 등을 감안할 때 배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간 이미 배당주는 꾸준히 부각돼 왔고 증권사들의 수혜주 선별작업도 발빠르게 진행돼 왔다. 적정유보초과세 부활에 따른 수혜주의 경우 수혜요인이 더 구체적인 만큼 배당주 가운데서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들로 더욱 압축되는 분위기다. 단순히 배당을 꾸준히 혹은 많이 하기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면서 배당여력이 발생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전망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
삼성증권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 높은 유보율과 현금성 자산을 축적했으면서 성장 정체가 나타나면서 향후 배당압력이 커질 수 있는 성숙 기업 및 주요 산업내 과점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와 현대글로비스, SK, CJ제일제당, 제일기획, GS홈쇼핑, LG하우시스, GS,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 10종목을 꼽았는데 삼성그룹 계열이 4곳에 달하고 모두 대기업 그룹이거나 계열사에 속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전통적 고배당주, 저평가 우선주 투자 아이디어를 지속하며 높은 유보율 기업을 따로 추렸다. 주요 상장기업 가운데 유보율과 유보액 대비율이 모두 높은 교집합으로 롯데제과와 포스코, KCC, SK켈레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롯데쇼핑 등 18개 종목을 소개했다.
현대증권은 이미 배당을 지속적으로 해온 기업들과 함께 현재 배당을 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배당이 가능한 기업에도 주목했다. 성장주의 사내유보율이 높고 대주주 지분율 강화와 함께 주주환원정책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고려아연과 네이버,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기아차 등이 잠재적 배당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