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장금리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서 증권사들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한 분기에 0.67%포인트 오르면 평가손실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5조원을 웃도는 부동산PF 채무보증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채무보증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서다.
◇ 금리 상승 시 채권·채무보증 손실 2조원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국내외 시장금리도 꾸준히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10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 초 1.4%에서 지금은 2.3% 수준으로 1%포인트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의 보유채권과 채무보증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의 보유채권 규모는 182조원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18.3% 성장하면서 5.4배나 늘었다.
지금까진 이익이 쏠쏠했다. 보유채권을 늘리는 과정에서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채권값이 오르면서 채권부문 분기 이익이 1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문제는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서 앞으론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크게 오를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2분기 이후 60분기 동안 전체 증권사의 금리 민감도는 평균 0.84, 국고채 3년 금리의 분기 기준 최대 상승 폭은 0.67%포인트였다. 이 기준에 따라 국고채 3년 금리가 한 분기에 0.67%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손실이 최대 1조2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25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등 채무보증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8.2 대책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의 위기 상황을 가정한 평가손실 추정치는 1조1200억원에 달했다.
◇ 가파른 금리상승 충격 미리 대비해야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연평균 영업이익이 3조3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각각 1조원 정도인 채권 평가손실과 채무보증에 따른 손실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예상치를 벗어나 가파르게 상승하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고,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일부 소형사의 경우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 채무보증 역시 상위 5개사가 전체 채무보증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해 특정 증권사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에 따라 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을 줄이거나 금리 파생상품 헤지를 통해 극단적 상황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규모가 큰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비해 신용위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금리가 상승할수록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채권과 채무보증 부문의 손실이 유동성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동성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