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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투자 시대]⑦"ESG가 지속가능한 투자를 만든다"

  • 2020.12.04(금) 09:28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본부 본부장 인터뷰
국내 첫 ESG 채권 펀드 운용…올해 ESG 붐 이전 선제적 준비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지속가능 포트폴리오 대안으로 주목

국내 ESG 투자는 여전히 태동기입니다. 근 15년간 ESG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물론 뚜렷한 트랙 레코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ESG 투자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올해가 바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해인데요. 국내에서 채권형 ESG 펀드가 첫 선을 보인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이후 ESG가 크게 부각되면서 급하게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상황에서 ESG 투자 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지난 4월 나온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 펀드를 개발, 운용 중인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본부장을 만나 펀드 출시 배경과 ESG 투자 가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투자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ESG 투자팁도 담았습니다.

신재훈 본부장은 14년간 채권 운용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SK증권 투자신탁팀을 시작으로 AIG생명에서 투자운용 업무를 시작했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거쳐 2012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본부 본부장(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ESG 투자가 크게 부각될 무렵 마침 ESG 채권 펀드를 처음 출시했습니다. 타이밍이 상당히 절묘했는데요.

▲ 처음 펀드를 준비하기 시작한 때가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하반기입니다. 채권 운용 쪽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는데 ESG 테마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직접적인 요구는 없었지만 결국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봤고 채권 펀드를 빨리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죠. 올해 ESG 붐을 키운 코로나19나 미국 대선 영향을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출시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 ESG 투자가 올해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 2006년 UN(유엔) PRI(책임투자원칙) 이후 사회적책임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사실 ESG 투자 초기에도 사회책임투자 채권형 펀드도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형식적으로 운용이 되다 금융위기 여파로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죠.

최근 다시 채권형 펀드가 관심을 받고 출시에 이르게 된 건 그만큼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주식을 중심으로 ESG 투자 성과가 나오고 있고 뉴딜이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주목받는 등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며 훈풍을 맞았죠. ESG 주식이나 채권 상품 없었어도 결국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트렌드였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중요한 셈입니다. 

- ESG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편은 아닌데요. 기관 투자자들은 어떤가요.

▲ 현재 미래에셋 ESG 채권펀드는 공모와 사모로 설정이 돼 있는데 기관 투자자 자금은 사모 펀드를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회사채를 투자하는 가이드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기관 자금 운용의 경우 사모펀드 형태가 적합합니다. 아직은 공모와 사모 설정액이 아직 500억원가량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근 ESG 채권 펀드에 자금을 맡기는 기관이 생겨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ESG 채권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 채권시장에는 그린 본드, 소셜 본드, 지속가능성 채권 등 ESG 특수 목적 발행 채권이 존재합니다. 투자하기에도 훨씬 명확하죠. 물론 일부에서는 절대적인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회의적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75조원 이상이 됩니다. 상당히 커졌죠. 다만, 이 가운데 80% 이상을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이 차지하면서 공사채 위주인 것은 제한적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광의의 개념까지 고려해 투자해야 하는데요. 재무적인 신용분석 외에 ESG 요소들을 감안해서 채권을 분석합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내부 기준을 활용할 수도 있고 공신력 있는 전문적인 기관을 통할 수도 있겠죠. 이런 투자도 ESG의 투자로 함께 봐야 합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SG에 투자하겠다는 발언도 특수목적 채권에만 투자하겠다는 개념은 아닐 겁니다. 

- 수익성 측면에서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 ESG 투자가 주식 쪽에 치우치면서 수익률을 중시하지만 채권의 경우 벤치마크(BM) 대비 수익률을 따져합니다. 즉, 동일 만기 채권 대비 성과로 가늠해야 하는데 일반 채권의 종합 BM에 비해서는 성과가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수익률 자체도 2010년 이후 일반 종합 BM과 차이가 없거나 약간 좋게 나타나고요. 리스크를 감안한 위험 조정 수익률은 훨씬 좋습니다. 그만큼 펀드 변동성이 적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안정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ESG 채권이 동일한 기업 채권 대비 프리미엄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면 A 기업이 그린 본드와 일반 회사채를 모두 발행할 때 A 기업 일반 회사채에서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그린 본드 역시 디폴트가 납니다. 따로 관리가 되는 개념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근본적으로 신용 리스크는 같다고 봐야 하죠. 

하지만 시장에는 ESG 채권의 상대적인 수요가 장기투자 기관을 중심으로 분명 존재합니다. 똑같은 채권이라면 이왕이면 ESG 채권을 담으면서 수요가 좀 더 견조하고 발행금리가 낮아지죠.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일반 채권과 밸류에이션이 동일하더라도 수급이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더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가능해지는 것인데요. 향후 ESG 채권 시장이 커지고 ESG 채권 펀드 규모가 커진다면 프리미엄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ESG 채권의 또 다른 순기능이 있다면

▲ 채권의 경우 우선주처럼 의결권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저금리 인해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채권 발행을 선호하는데요. 발행금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할 때 ESG 팩터를 감안한 의사 결정과 기업 활동을 하도록 투자자가 간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ESG 등급에 부합하지 못하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일종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인 셈입니다. 이는 ESG 채권 투자로 가능한 선순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행기업들 스스로 ESG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본부 본부장(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자산운용 ESG 펀드의 차별성이 있다면?

▲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서도 나오지만 올해를 제외하면 ESG 주식형 펀드와 일반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차별화가 크지 않고 포트폴리오 상 실질적으로 차별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운용역 입장에서 고민을 해봤는데요.

사실 구조적으로 ESG 등급이 높은 주식과 대형주 간의 상관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ESG 주식형 펀드의 BM이 일반 코스피 지수였기 때문입니다. 운용역 입장에서는 BM 수익률을 상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굳이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인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ESG 채권형 펀드와 일반 채권형 펀드와 차별화가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SG에 맞는 벤치마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고, 과거 주식형 펀드가 전철을 밟아왔던 일반 펀드와의 무차별성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국 ESG 벤치마크 개발이 중요합니다. 펀드 개발 이전에 ESG BM 개발이 중요하다고 봤고 국내 ESG 채권시장이 공사채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BM으로 KIS채권평가와 '미래에셋-KIS ESG 채권 지수(Bond Index)'를 공동개발했습니다. 

또한 ESG 펀드의 경우 트랙 레코드를 쌓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는 설정 초기 자금인 '시딩(Seeding)' 이슈와도 연결이 되죠. 그렇다 보니 후행적으로 나온 타사 펀드의 경우 기존 펀드를 리모델링하거나 기존 채권 펀드를 조합해 활용하는 방식의 운용을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소트프 랜딩 측면에서는 수월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 ESG 펀드의 경우 아예 신규 펀드로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도 다릅니다. 초기엔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기관 자금 유입으로 운용이 다소 수월해진 상황입니다. 

- ESG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 일반 투자자라면 ESG 투자를 위해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일 우선 수월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개인들한테 채권형 펀드가 많이 팔리진 않습니다. 기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나, 환매조건부채권(RP) 대비 크게 특출나진 않을 겁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데요. 이를테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퇴직연금 상품으로 편입할 수 있는 펀드로 고려할 수 있고 실제로 일부 보험사에는 ESG 펀드가 라인업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기관이나 일반 법인의 경우 대부분의 자산이 채권 자산으로 이뤄지는 만큼 안정성을 좀 더 보완한 성격의 펀드라고 보면 됩니다. 기관은 국채에만 투자할 수 없고 다양한 채권을 투자해야 하는데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입니다. 

채권의 경우 디폴트나 신용스프레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중요한데요. 정량적 평가에 기반한 기준에서 비정형화된 ESG 기준을 포함시켜 필터링을 하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이벤트 리스크가 발생하면 후행적으로 신용등급에 반영되는데 이로 인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ESG 평가 기준이 결국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전문가로서 ESG 투자자들에 조언한다면. 

▲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면 ESG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의 목표를 반드시 설정하라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명분 상으로 착한 기업에 투자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투자 목표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죠. ESG 시장이 하나의 유행에 끝나지 않고 스스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투자자들이 스스로 이를 고민해야 하고요. 남들이 다들 하고 있고 위에서 하라고 하는 것이 되어선 안됩니다. 발행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펀드를 준비하기 전 찾아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핌코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ESG 철학의 공통점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다는 점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비정형화된 정성적인 요인에 의해 하루아침에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죠. 따라서 ESG 투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안정성을 높이면서 포트폴리오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착한투자 시대]①ESG, 이제야 '포텐' 터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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