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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대표이사 해임된 아워홈 구본성, 불씨는 여전?

  • 2021.06.10(목) 07:01

대표이사 해임됐지만 주총서 이사 해임은 불가능
남매간 절묘한 지분구조…이사 재선임은 어려워

사내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전문업체 아워홈. 최근 이곳 대표이사인 구본성 부회장이 여동생 3명에 의해 쫓겨났고, 여동생 중 한명이 신임 대표이사가 됐다는 '남매의 난(亂)' 소식,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내용을 공시줍줍 독자 여러분도 접하셨을 텐데요.

공시줍줍은 주식투자자들이 주로 접하는 상장회사의 공시를 다루지만 아워홈은 비상장회사여서 독자 여러분이 아워홈 주식을 살 일이 없어요. 그런데 왜 상장회사가 아닌 비상장회사 아워홈 이야기를 공시줍줍에서 언급하냐고요?

최근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이슈의 중심에 있던 기업이고, 지난해 기업어음(CP)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주식이나 채권을 공개 판매할 때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하는 서류)를 공시했어요. 

또한 아워홈은 최근 계열사 상장 얘기도 나오는 상황. 현재는 아워홈 계열사 중 상장사는 없지만 앞으로 상장 가능성도 있어요. 이러한 점이 비상장사인 아워홈을 공시줍줍에서 들여다보는 이유. 아워홈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비롯한 각종 공시 자료를 한줄 한줄 읽어보고 회사측 취재를 덧붙여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분석해봤어요.
 
▷관련공시: 아워홈 2020년 11월 24일 증권신고서(채무증권)

아워홈, 어떤 곳인가 

아워홈은 2000년 만들어진 단체급식·외식사업·식자재 유통 등을 하는 식품유통 전문업체. LG그룹 계열사 LG유통(현 GS리테일로 2004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GS홀딩스에 합류)으로부터 푸드서비스 사업을 넘겨받아 설립한 곳이에요.

아워홈이 강점을 보이는 사업은 단체급식과 외식사업.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단체급식 시장의 매출규모는 약 4조2799억원으로 삼성웰스토리(28.5%)에 이어 아워홈(17.9%)이 2위를 달리고 있어요. 여의도IFC몰 등에 입점한 푸드엠파이어, 버거헌터, 온담국수 등 다수의 외식브랜드도 보유 중. 

그 밖에 학교와 기업 등에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고 간편가정식, 생수 등 식음료도 제조해 판매 중이에요. 2019년 기준 아워홈의 총 매출액(1조8790억원)에서 단체급식과 외식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6.3%, 식자재·식품유통 매출액은 43.7%를 차지하고 있어요. 

구본성 대표이사 해임, 기존 이사회에선 불가능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운전 논란으로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아요. 이 여파로 법원 판결 하루 뒤인 지난 4일 열린 아워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 해임소식까지 전해졌죠.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이 가능했던 건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었기 때문. 

등기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것은 주주총회 안건이지만,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은 이사회 내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해요. 다시말해서 주총에서 등기이사를 뽑은 후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가운데 대표를 뽑는 순서.

지난 4일은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가 동시에 열린 날인데요. 이전까지만 해도 아워홈의 이사진은 총 11명이었어요. 대표이사 해임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려면 과반 이상, 즉 최소 6명의 이사가 찬성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아워홈 이사회는 구 부회장의 아버지인 구자학 회장과 어머니 이숙희씨, 구 부회장 본인과 부인 심윤보씨, 구 부회장 아들 구재모씨. 그리고 구 부회장의 여동생 3명(구미현,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이사,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이사), 유덕상, 천승환, 원준 등 3명의 임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구 부회장의 가족 3명과 임원 3명은 구 부회장 측 사람들. 이미 6명이 구 부회장 측 인사여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 해임이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이죠.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 결과를 보면 아워홈 이사회 분위기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요. 기업어음 발행과 임시주총 소집 안건을 두고 표결을 했어요. 당시 이사회 정원은 9명이었고 구자학 회장 부부를 제외한 7명이 표결에 참석. 구명진 대표와 구지은 전 대표가 반대표를 던진 반면 나머지 4명(구 부회장과 부인 심윤보씨, 임원 2명)은 찬성표를 던졌어요. 구미현씨는 기권. 이후 구 부회장 아들 구재모씨와 임원 1명이 추가로 선임돼 11명이 된 것. 

구자학 회장 부부가 계속해서 중립을 지킨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이사진 9명 중 여동생 3명을 제외한 인물은 모두 구본성 부회장 측 사람들인 것이죠. 따라서 기존 이사회 구조에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게 불가능해요. 

대표이사 해임,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럼에도 지난 4일 이사회에서 구본성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이 가능했던 건 이사회 직전에 열린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등기이사를 대거 뽑았기 때문이에요. 

아워홈의 회사규칙(정관)에는 이사를 3인 이상 두도록 하고 있고, 이사수의 상한선 제한은 없어요. 이 조항을 활용해 구지은 전 대표 등 3자매는 자신들 편에 설 수 있는 이사 21명을 지난 4일 임시주총에서 대거 선임했어요.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결의 사항. 보통결의는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 총 발행주식수의 4분의 1이상이어야 하는데요. 아워홈 같은 비상장사는 소수의 주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주주가 주총에 출석한다고 봐야 해요. 따라서 총발행주식수 요건은 의미가 없고, 출석주주 요건이 중요해요. 의결권 과반만 확보하면 주총에서 이사를 얼마든지 선임할 수 있는 구조.

3자매의 아워홈 지분을 합치면 59.6%. 과반을 여유있게 넘기 때문에 임시주총에서 무려 21명의 이사 선임이 가능했던 것이죠. 3자매가 단숨에 이사진 21명을 확보하면서, 이전까지 11명의 이사회 구조에선 불가능했던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이 가능해진 것이죠. 참고로 이날 이사회에서 구 부회장을 해임하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어요. 

대표이사 해임했지만 등기이사 해임은 불가능

구본성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강제로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어요.

이는 3자매의 지분율(59.6%)이 가진 한계 때문인데요. 앞서 등기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것은 주주총회 안건,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은 이사회 안건이라고 했어요. 

지분율 59.6%란 숫자는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를 대거 선임하고 이후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까지 밀어부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주총에서 곧장 기존 이사를 해임할 수는 없는 숫자예요. 
 
주총에서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인데요. 특별결의는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해요. 비상장사는 총발행주식수 요건보다는 출석주주 요건이 중요하다고 했죠. 따라서 출석주주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이사해임 가능, 반대로 3분의1이 반대하면 이사해임은 불가능해요.

구본성 부회장의 개인 지분이 38.6%로 3분의 1을 넘어서는 상황. 즉 3자매의 지분합계가 3분의 2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주총에서 구 부회장의 등기이사 해임안건을 표결에 부쳐도 통과할 수 없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시 정리하면, 현재 아워홈 4남매의 지분율은 구본성 38.6% vs 3자매 59.6%. 

절묘하게도 3자매의 지분율은 주총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지만 특별결의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 따라서 오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하는건 가능하지만,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오빠의 이사 자격까지 주총에서 박탈할 수는 없는 구조인 것이죠. 

그럼 구본성 부회장이 여전히 등기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남매의 난'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것일까요. 아님 이대로 끝난 것일까요.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이사 임기는 3년이에요. 2019년 7월 등기이사로 재선임된 구본성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 이후에도 등기이사를 계속하려면 임기 만료 전에 열리는 주총에서 다시 한 번 재선임 되어야 해요. 
 
하지만 주총에서 이사로 재선임 되려면 보통결의를 거쳐야 해요. 앞서 살펴봤듯이 보통결의는 3자매 지분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즉 3자매 지분율로 충분히 오빠 구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지금처럼 3자매가 의결권을 한 방향으로 일치시킨다면 구 부회장의 이사직은 내년 임기 만료로 끝날 것으로 보여요. 더 이상 아워홈 이사직도 유지할 수 없다는 뜻. 

수면아래 있었을 뿐 '경영권 갈등' 늘 반복

아워홈은 이번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 논란을 계기로 남매간 갈등이 불거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에도 남매간 갈등은 수면아래에 있었을뿐 계속 반복되어 왔어요. 

그동안 구 부회장의 둘째동생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와 셋째동생 구지은 신임 아워홈 대표는 아워홈 이사회가 열릴때마다 반대표를 지속적으로 던져왔어요. 대표이사 선임부터 재무제표 승인, 사업계획 등 대부분 주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 이는 상시적인 경영권 갈등(분쟁이라고 까지 표현하긴 어려워도)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 

특히 구명진, 구지은 두 사람이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의미가 남달라요. 이 때 이사회에서 결의한 안건이 임시주총 소집이었는데, 당시 임시주총에서는 구 부회장 아들 구재모씨가 신임 이사로 선임됐어요. 즉 두 사람은 구 부회장 아들이 아워홈의 경영에 본격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 셈이죠.

구 부회장이 보복운전을 한 시점은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진 시점은 올해 3월인데요. 지난해 말 가족들은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 논란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물론 몰랐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두 자매는 계속해서 오빠의 독자적인 경영 행보에 반대해왔다는점. 그리고 첫째동생인 구미현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기권표를 던지는 등 이상기류를 보였다는 점을 종합하면 구본성 부회장과 세명의 동생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경영진 불법행위 있었었는데 투자자 모집?

아워홈은 지난해 11월 3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어요. 기업어음은 CP(Commercial Paper)라고도 부르며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이 간편하게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형식의 채권이에요. 아워홈이 발행한 기업어음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파는 공모 형태. 50억원짜리 70매(총 3500억원어치)를 발행했어요. 

당시 기업어음 발행을 주관한 곳은 신영증권. 신영증권은 기업어음을 발행하기 위해 기업실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현 시점에서 살펴보면 그 내용은 문제가 있어요. 

<신영증권 아워홈 기업실사보고서(2020.11.24.) 중 경영능력 및 투명성 부문 발췌>

-최대주주인 구본성 대표이사의 변동은 없어 경영진 불안정성이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주식매수선택권, 주식관련 증권 발행 내역이 없어 경영권이 불안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경영진의 불법행위나 이에 대한 형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불법행위의 중요성과 업무 관련성에 비추어 회사경영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해당사항 없다'고 판단.

기업실사보고서는 작년 11월 24일 기업어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와 함께 제출되었는데요. 당시 보고서에는 경영권 불안정 가능성은 낮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년이 흐른 지금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강제로 물러났어요. 

무엇보다 구 부회장이 실형을 받은 보복운전은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사건. 그로부터 두달 뒤인 11월에 제출한 실사보고서에는 경영진의 불법행위 관련 항목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적혀있지만, 불법행위는 존재했었죠. 물론 구 부회장 측에서 알려주지 않는 이상 실사에 참여한 신영증권이 몰랐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실사보고서의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에요. 

더군다나 이번 기업어음은 조기상환(풋옵션)권리가 붙어 있지 않아요. 경영진 변동이나 경영진 불법행위로 회사 경영상 문제가 발생해도 투자자가 조기에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요구할 수가 없는 것. 

3자매의 또 하나의 카드, 보수한도 제한

아워홈 3자매가 오빠 구본성 부회장을 저지하기 위한 카드는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보수총액 한도 제한. 

지난 4일 열린 주총에서 3자매는 보수총액 한도를 제한하는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어요. 이 안건도 사실상 구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요.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지난해 상반기(1월~6월)에만 20억5800만원의 보수를 받아갔어요. 임원 보수규정에 따라 받은 급여가 5억2700만원, 경영성과급이 15억3100만원이에요.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총액 최소 25억8500만원(급여항목 1년치 10억5400만원 가정)을 받아간 셈이죠. 

따라서 3자매가 보수총액 한도를 제한한 것은 그동안 구 부회장이 받은 보수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요. 다만 지난 4일 주총에서 보수한도를 얼마로 제한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아워홈 관계자는 "보수총액 한도 제한 안건이 주총을 통과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안건 및 보수한도 등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구 부회장은 보수뿐만 아니라 상당 액수의 배당금도 받았는데요. 아워홈은 2019년 1주당 2000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어요. 최대주주인 구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아워홈 주식수는 880만주. 이를 1주당 배당금과 곱하면 무려 176억원이 나와요. 세금 빼기 전 액수라고 해도 상당한 규모죠. 물론 배당금은 모든 주주에게 주식수만큼 지급되는 것이어서 주요 주주인 3자매 역시 수십억 원의 현금배당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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