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국내에 도입된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2배가량 몸집을 키우며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리츠를 도입한 주변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리츠 시장의 성장세는 더딘 게 사실이다.
리츠업계에서는 성장 흐름을 가속화해 규모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 리츠의 월 배당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투자자들의 투자 요인을 높이고 재간접 리츠에 대한 공모펀드 투자를 허용해 상장 리츠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초라…제도 개선 필요
국내 리츠 시장이 급격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시장과 비교해 보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은 논외로 하더라도 도입 시기가 비슷한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규모가 크게 차이 난다.
지난 2000년 리츠를 도입한 일본은 현재 상장된 리츠 수가 60개에 달하고 시총 규모도 169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보다 1년 늦게 리츠를 도입한 싱가포르도 상장 리츠 수가 41개, 시총 규모는 102조원대다.
리츠업계는 정부가 실효성이 낮은 규제를 완화해 상장 리츠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규모를 키워야 일반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상장 리츠 개수가 늘어나면 일반투자자들의 우량 부동산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투자자가 늘어나 상장 리츠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리츠는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된 월 배당…리츠도 필요
국내에 상장된 리츠 20종목 중 15개 종목이 반기 배당을, 3개 종목은 연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분기 배당을 지급하는 리츠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월 배당투자를 선호하게 된 투자자들의 수요를 얻기 위해 상장 리츠의 배당주기를 단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투자자들의 월 배당에 대한 기대 수요는 높다. 국내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미국 월 배당 리츠인 'REALTY INCOME CORP(리얼티인컴)'을 해외 주식중 27번째로 많은 규모인 2억8939만달러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법은 리츠의 월 배당을 제약하고 있다. 주식의 성격을 지닌 리츠는 상법의 적용을 받아 중간배당을 연 1회만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중간배당을 지급할 수는 있지만 매달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인컴형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배당주기 단축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익의 중간배당을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실시하게 되면 총회 개최 비용으로 발생하는 돈도 아낄 수 있어 투자자에게 배당되는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모펀드 투자 받고싶은 재간접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등 공모펀드의 재간접 리츠 투자가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장 리츠는 주식의 성격을 갖고 있어 공모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될 수 있으나 재간접 리츠는 편입이 불가능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상장 리츠가 자산의 40%를 넘게 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면 펀드에 편입할 수 없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하는 ETF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ARIRANG Fn K리츠',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 4종이다. 4종목 순자산총액 합은 3028억원에 달하는데 재간접 리츠의 경우 이러한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재간접 리츠에 투자할 수 없게 한 이유는 운용보수를 중복해 받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상장된 재간접 리츠중 일부는 이중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지스레지던스리츠와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자산관리계약을 통해 보수를 이중수취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중 보수를 해결한 리츠의 경우 공모펀드 투자가 허용돼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리츠들은 운용의 편의성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子) 리츠 혹은 펀드를 편입하고 있다. 가장 최근 상장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실물자산 외 펀드를 편입하고 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상장 과정이 몇 번 지연됐었는데 공모펀드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비율을 조정하느라 지체됐다는 업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펀드에 투자하는 비율은 38%로 규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공모펀드에 편입돼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리츠가 ETF에 편입되면 대규모 자금유입 효과를 받을 수 있다"며 "마스턴투자운용도 리츠가 ETF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수익증권 투자 비중을 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