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 에디터들이 직접 선별(PICK)한 기업공시를 평일 아침 7시에 전해드리는 [공시줍줍 PICK]!
오늘은 생소한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미국 화장품 회사 인수에 나선 아모레퍼시픽과 파업으로 핵심매출처인 선박엔진 생산중단 위기에 놓인 HSD엔진, 그 밖에 금호전기와 바이오로그디바이스 관련 이야기를 모아왔어요.
역삼각합병으로 북미 화장품회사 인수 나선 아모레퍼시픽
K-뷰티 양대산맥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화장품 회사 인수에 나섰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잦은 봉쇄령을 내리자 매출이 급감했는데요. 이번 인수 추진은 북미 시장 확대를 통해 중국에 편향된 해외 매출 비중을 낮추고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요.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하려는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타타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 LLC, 이하 '타타 내추럴')로 지분 100%를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밝혔어요.
'역삼각합병'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합병방식을 택한 것은 미국법인과 합국법인의 직접 합병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일단 역삼각합병에 앞서 삼각합병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살펴볼게요.
삼각합병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인수하려고 하는 제3의 기업을 흡수합병하고, 흡수합병된 회사(제3의 기업) 주주들에게 합병의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을 주는 합병방식이에요.
A회사가 →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 B를 설립하고 → A가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 C를 B에 흡수합병 시키는 방법으로, B가 존속회사로 남고 C는 소멸하는 형태예요. A → B(C)
역삼각합병은 삼각합병과 달리 합병을 주도하는 B가 아니라 흡수대상인 C를 존속회사로 남기는 방식이에요. 단계가 하나 더 많아지는데요.
A가 →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 B를 설립하고 B는 C에 흡수합병될 100% 자회사인 D를 설립해요. 그럼 A → B → D의 모-자-손자회사가 만들어지는데요. D가 C에 흡수합병되면서 B가 C의 주주에게 합병대가를 지불하게 돼요. 이렇게 A → B → C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요. 여기서 손자회사인 C가 자회사인 B를 역합병하게 되면 A → C의 완전 모자회사 관계가 만들어져요.
역삼각합병 방식은 합병하려는 회사가 인허가·상표·특허 등을 보유해 해당 회사를 소멸시킬 경우 그에 대한 권리를 이어가기 어려울 때 활용하게 되는데요.
실제 타타 내츄럴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북미 지역 내 네타포르테, 컬트 뷰티 등 온라인 채널과 세포라, 니만마커스 등 800개 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활용해 북미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역삼각합병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여요.
그럼 이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게요.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네츄럴 인수를 위해 지난 8월 29일 미국 델라웨어주에 100%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US 인베스트먼트(이하 아모레퍼시픽 US)'를 설립하고 타타 내츄럴에 흡수합병될 자회사 '아모레퍼시픽 US 인베스트먼트 머저 서브(이하 US 머저 서버)'도 설립했어요.
아모레퍼시픽 → 아모레퍼시픽 US(SPC) → US 머저 서버(SPC)의 모·자·손자회사가 만들어졌고 타타 내츄럴이 US 머저 서버를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합병계약을 1일 체결했어요.
합병 과정에서 타타 내츄럴 기존 주주에게는 합병을 대가로 US 머저 서버의 모회사의 지분을 지급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합병계약을 체결한 1일 아모레퍼시픽 US에 1681억원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했어요. 이중 타타 내추럴 주주에게 합병 대가로 지급하는 자금은 1439억원 정도, 나머지는 합병거래 종결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계획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타타 내츄럴은 아모레퍼시픽 US의 자회사이자 아모레퍼시픽의 손자회사가 돼요.
과정이 다소 복잡하지만 종합하면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100%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US를 설립했고 '타타 하퍼' 브랜드를 소유한 타타 내츄럴을 100% 손자회사로 두게 됐어요.
합병계약은 10월 31일 완료할 예정이에요.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합병추진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납입일, 신주종류와 수, 신주발행가 등은 미국 기업결합승인, 기타 정부승인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라고 전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시장 실적 악화로 주가도 부진한 상태인데요. 이번 합병계약으로 북미 시장에 안착해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파업으로 생산중단 위기 온 HSD엔진
세계 2위 저속엔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선박엔진 생산전문업체 HSD엔진이 공장가동을 중단했다는 공시를 냈어요.
임금협상 관련해 직원들이 파업을 하면서 선박엔진 제조 생산 부문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건데요. 지난 1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4시간 동안 생산이 중단됐어요.
회사는 '일시적 생산차질'이라고 알렸는데요. 문제는 아직 임금협상 마무리되지 않아 협상 타결 전까지 추가적인 파업으로 생산중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선박엔진 제조부문은 HSD엔진의 지난해 매출의 81.6%(4888억원)를 차지하는 분야로 생산 중단 시 매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참고로 HSD엔진은 8월에만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선박용 엔진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어요. HSD엔진 주주들이라면 앞으로 임금협상 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밖에 간추려본 기업공시
코스피 상장사인 조명 제조업체 금호전기는 1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행사가격을 조정 공시를 대거 냈는데요. 최근 시가보다 낮은 발행가격에 유상증자를 하면서 가격 조정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조정가격 자체는 큰폭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 1건과 8건의 전환사채 전환가격이 조정되면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수가 이전보다 41만주 늘었어요.
이들 채권은 현재 대부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요. 전환 시기가 한두달 남은 채권을 제외해도 현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물량이 1304만981주에 달해요. 전체 상장주식의 53.58%에 해당하는 규모예요.
다만 현재 행사가와 전환가는 금호전기 주가(1일 종가) 1340원보다 조금 높아 당장 주식으로 전환되는 물량이 대거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이 시장에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점 참고해 주세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전문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1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어요. 기존 최대주주였던 금성축산진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420만주 전량을 코스피 상장사 이엔플러스에 넘기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건데요.
이엔플러스는 420만주(9.94%)를 장외매매를 통해 149억원에 인수했어요. 인수자금 중 55억원은 차입금으로 인수했는데요. 이는 이엔플러스가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인수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금액이에요.
이번 주식양수도 계약은 금성축산진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의 만기(9월 9일)가 도래하면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요.
참고로 이엔플러스는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주식을 담보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채권자로 하는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발행한 제5회차 전환사채 인수자로 채권의 원리금상환을 위해 이엔플러스에 주식담보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보여요. 담보설정금액 총액은 84억5000만원, 담보제공기간 만료일은 2025년 7월20일이에요.
*[공시줍줍 PICK]은 매일 아침 8시 30분 유튜브 라이브방송 및 방송 직후 클립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유튜브에서 [공시줍줍]을 검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