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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상장 철회설' 두고 시각 엇갈리는 까닭은

  • 2022.10.14(금) 10:23

시장 침체에 상장 포기설 솔솔
실탄 부족에 IPO 불가피한 상황
상장의지, 기업가치 조율이 관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컬리의 상장 포기설이 점증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시장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 상장 재검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회사의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결국 상장을 강행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은 '4조원의 기업가치가 너무 비싸다'는 것. 컬리가 자체 산정한 가치와 시장 평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IPO 완주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컬리 행보에 시장에선 의구심 '솔솔'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8월22일 상장 예비심사에서 상장 적격성을 승인받았다. 증시 입성을 위한 1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그러나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상장 철회설이 흘러나왔다.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한 가운데 엑시트(투자자금 회수)를 앞둔 기존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면서다.  

컬리는 작년 12월 진행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몸값을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그 절반 수준인 2조원조차 받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통상 상장사는 IPO를 통해 기업가치 10%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기업평가액이 1조원 감소할 경우 자금 조달 규모는 1000억원가량 줄게 된다. 결국 조달 가능한 금액이 줄면서 상장 시기를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보는 적정 기업가치는 2조~3조원 수준이겠지만, 시장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며 "시장에서 추정하는 적정 기업가치는 그보다 훨씬 낮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가치를 너무 싸게 매길 경우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들어오는 자금이 적어 기업 입장에선 상장 철회를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쌓이는 적자, 절실한 현금 

일각에선 컬리가 몸값을 낮추더라도 상장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적자 누적으로 당장 자금 충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컬리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8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 6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가 늘어난 것은 물론 간편결제 이용으로 지급수수료 지출이 확대된 탓이다. 

이로 인해 현금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9~2021년 3년새 영업활동으로 유출된 현금은 2665억원으로 집계된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40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컬리 입장에서 IPO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컬리가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머지않아 회사 곳간 내 현금이 마를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에 상장을 철회하면 추가로 펀딩을 받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을 1조원대까지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생존을 위해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상장 시점이 해를 넘어갈 수도 있다. 상장 예심 통과 후 6개월 안에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하므로 컬리는 내년 2월까지는 증시에 입성해야 한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폭과 물가상승률 하강 속도가 확인되는 내년 1~2월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IPO 완주 관건은 '눈높이 조율'

일단 컬리는 공식 입장을 통해 애초 정한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상장 추진 의지를 다시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금 수혈이 시급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부인했다. 올 초 프리 IPO 자금이 납입되면서 보유한 현금이 4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현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컬리 관계자는 "작년과 같은 적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향후 2년간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면서 "실적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현금 부족이 아니라 선제적 투자를 위한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결국 상장 포기설이 흘러나온 핵심적인 배경에 '가격'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회사와 시장과의 시각차를 좁히는 게 IPO 완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적자 규모가 큰 기업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서두르려 할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쉽게 양보하기 어렵겠지만 분명 (가격) 조율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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