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최장 10년 동안 상장사 임원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이 재추진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과징금제도를 신설하고 신고포상금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점차 다양화·복잡화하는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비금전적 제재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과징금 등의 금전적 제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고, 과징금도 형사처벌이 확정된 이후 부과한다. 이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 은닉한 재산을 압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 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 행위자 중 과거 전력자가 28%에 달하는 만큼, 반복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재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상장사 임원 선임 10년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폐기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본시장 거래·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장 10년간 제한하는 방안과 불공정거래 의심자 대상의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정보 공개 확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행위자 정보공개 관련 해외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미국과 영국은 불공정거래 행위자 실명, 위반내용 등을 공개한다"며 "캐나다는 불공정거래 행위자별 제재기록과 거래중지 내역을 모아서 공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불공정거래자의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 연구원은 △투자자가 불공정거래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방안을 마련하고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정보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재 증권선물위원회의 회의별 정보공개를 안건별 정보공개로 바꾸고 불공정거래 안건을 별도 게시판에 분류해 게시하는 방법이 있다"며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등에 관련 정보를 올리는 방안 등도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불공정거래 관련 형사처벌이 이뤄져도 실명 비공개가 원칙인데, 이를 공개해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자 명단 공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다양한 학계·전문가는 불공정 거래자에 대한 비금전적 규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헌법상 재산권이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법률 도입 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변화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불공정거래자의 정보공개에 대한 반론은 개인정보 침해와 죄형법정주의가 있는데, 헌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법률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불공정 거래자의 계좌 지급정지는 신속하게 행정처분을 해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형사처벌 전 혐의만으로 불공정 거래자의 계좌 지급 정지하기 위해서는 이의제기 절차 등을 두는 등 보완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