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공모가 뻥튀기' 차단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음에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의 실적이 상장 전 제시한 추정치(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특례로 상장할 때는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한 추정실적으로 공모가를 산정한다. 지금 당장 돈을 못 버는 기업들도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장의 문호를 열어주자는 취지이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추정 실적을 들이대면 공모가격이 비싸진다. 공모가격이 비싸도 회사는 당장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증권사도 비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가 2023년 '파두 사태'다.
2023년 상장한 파두는 상장 첫해 1203억원, 이듬해 371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매출은 각각 225억원, 43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2023년 1억원, 2024년 929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지만 2년 연속 적자(2023년 586억원, 2024년 95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파두의 2023년 1분기 매출액이 176억6000만원에서 2분기 6000만원, 3분기 3억2000만으로 곤두박칠치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문제는 파두 외에도 기술특례기업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빗나간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비즈워치 조사결과 기업공개(IPO) 주관시장 선두 업체이자 수년전 '파두' 사태의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다수의 대형사가 상장을 맡은 기업에서 실적 추정 실패가 나타났다. 한투증권 주관 14곳, 매출·이익 추정치 부합 '전멸'
26일 비즈워치가 2023~2024년 기술특례기업 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78개 기업(다수 회사가 공동 주관인 경우 각각 계산, 합병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14개 기업 가운데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추정치를 넘어선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이 2023년 파두와 같은해 상장을 주선한 마이크로투나노의 상장 첫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01억원, 53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93억원에 영업적자 126억원을 기록했다. 또 상장 이듬해인 2024년에도 영업이익 114억원을 올릴 것이라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영업적자(95억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2년 연속 추정실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마이크로투나노의 상장 공모가는 1만5500원이었는데 2025년 4월 주가는 4445원까지 떨어졌고, 지금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투증권이 주관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업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23~2024년간 매출을 단 한건도 일으키지 못해 매출액 목표치(2023년 5억원, 2024년 10억원)를 달성하지 못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유한양행과 함께 개발하던 항암제 'PHI-201'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2023년 유한양행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지 못했다. 이어 2024년 유한양행이 PHI-2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취소하면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실적이 상장 직전 추정치에 크게 못미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기술특례기업의 공모가 산정 방식에 근본적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공모가 과대 산정은 곧 투자자의 피해로 직결된다.NH·대신·미래·삼성, 각 1곳만 예측 성공
NH투자증권도 상황이 유사하다. 이 증권사가 2023~2024년 상장을 주선한 11개 기업 가운데 상장 첫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상장 전 추정치를 달성한 사례는 단 1곳(온코테라퓨틱스)에 그쳤다.
특히 NH투자증권은 11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상장 당해 연도에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린리소스와 에스켐을 제외한 5개 기업(파두, 케이웨더, 케이엔알시스템, 에이치브이엠, 루미르)이 흑자에 실패했다. 그린리소스와 에스켐은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 목표치에는 미달했다.
특히 2024년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선한 케이웨더의 경우 상장 첫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29억원, 1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실적은 매출액 156억원, 영업적자 20억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상장 후 실제 실적과 괴리율 발생 사유를 기재하도록 했지만, 케이웨더는 괴리율 발생 사유를 공시하지 않았다.
케이웨더의 공모가는 7000원이었는데 2024년 12월 주가가 2495원까지 하락한 뒤 최근에도 3000원 초반대에서 답보 중이다.
NH투자증권이 유일하게 실적 추정에 성공한 온코닉테라퓨틱스와 대조적이다. 공모가가 1만3000원이던 온코닉테라퓨틱스 주가는 최근 1만9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투증권, NH투자증권외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다른 대형증권사도 비슷한 모양새다. 대신증권이 2년간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 12곳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추정치에 도달한 기업은 단 1곳(셀비온)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7개 기업과 삼성증권이 주관한 6개 기업 중에서도 예측에 성공한 곳은 단 1곳(큐로셀·공동 주관)뿐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3년 10월 상장 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와 상장 이후 정기보고서에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사이의 괴리율 공시를 강화했다. 그러나 2023년 상장사 중 티이엠씨(이하 주관사 한화투자증권)와 샌즈랩(키움증권), 에이텀(하나증권)은 괴리율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
2024년에는 코셈(키움증권), 아이엠비디엑스(미래에셋증권), 한중엔시에스(IBK투자증권), 클로봇(미래에셋증권)이 괴리율 공시를 생략했다.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가 뚜렷한데도 그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