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시간 늘리기 급한 한국거래소, 300조 ETF시장 혼란 방치하나

  • 2026.01.27(화) 10:00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연장 시 ETF LP 없는 것도 고려"
유동성공급자 참여에 선택권 부여...호가 의무 사라져
금융투자업계, ETF 괴리율 커져 '투자자 주의' 필요

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말부터 도입할 프리·애프터마켓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정상적인 거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ETF 거래시 필수적인 유동성공급자(LP) 참여를 증권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ETF의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격차(괴리율)가 과도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거래소는 증권사의 LP 자율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LP 없는 ETF거래도 허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제도 시행시 투자자 혼란도 예상된다. LP는 실시간으로 매수와 매도의 호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호가가 없으면 과도하게 비싼 값에 사거나 싼 값에 팔리면서 ETF 괴리율이 급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늘리는 목표에만 우선 순위를 둔 나머지 300조원으로 상장한 ETF 시장의 혼란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 할 사람 없다면 빠져라?

한국거래소는 오는 2027년 12월을 목표로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먼저 올해 6월말부터 중간단계로 12시간 거래체계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현행 정규장(오전 9시~오후3시30분)에 추가로 프리마켓(오전 7시~8시),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스템 구축과 인력채용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ETF의 경우 증권사들이 LP로 참여해야 한다. LP는 기본적으로 순자산가치에 최대한 근접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양방향 호가를 제출해야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들이 매매시 참고하는 호가창 가격이 이들 LP가 제시하는 가격이다.

이에 따라 정규장 외 프리마켓, 애프터마켓이 생기면 LP에서는 그 시간 대에도 ETF 호가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증권사들은 현재 이부분 인력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거래시간 연장안을 발표하면서 "ETF LP참여와 관련해서는 정규시장 외에는 선택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증권사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생길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는 호가제출 의무를 두지 않고, 노무 부담이 큰 증권사들은 선택적으로 LP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한발 더 나아가 LP 참여가 저조할 경우 LP 없는 상태로도 ETF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부담을 갖고 있어서 희망하면 LP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예 LP가 없는 상태에서도 프리·애프터마켓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LP 없어도 거래는 가능하다. 다만, ETF가 적정가격으로 거래될거냐 하는 우려가 있을텐데, 당장 거래량 등을 가늠할 수는 없어서 향후 왜곡이 크거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장외 시간에서의 ETF 거래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LP참여와 무관하게 우선 거래시간 연장을 시행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300조원을 돌파한 ETF시장의 덩치를 고려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3일 기준 ETF 전체 1066종목의 순자산은 332조원을 넘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4조2000억원에 이른다. 유동성공급자인 LP의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LP의 일평균 거래량은 1조7027억원으로 전체 ETF 거래량의 25.9%를 차지했다. LP를 제외한 기관투자자 ETF 거래량 합계(18.8%)보다 많고, 외국인투자자의 ETF 거래(23.6%)보다도 많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는데 ETF만 배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참여가 적어지면 괴리율은 상당히 커질수밖에 없다. 기준가격이 있고, 그에 준해서 거래가 되어야 하는데 호가가 적은 상태에서 매수가 갑자기 몰리면 가격이 확 뛰는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아무래도 정규장보다는 ETF 거래가 적긴 하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격의 왜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장전과 장마감 동시호가 때에는 LP 유동성공급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꼭 장중 매매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반강제된 자율, 빠지면 시장 소외 걱정

증권사에게 LP참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선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ETF 운영의 책임을 업계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은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 증권사들이 선택권을 갖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종목당 적게는 2곳, 많게는 20~30여곳의 증권사와 LP 유동성공급 계약을 한다. 이 상황에서 특정 증권사가 특정 ETF LP 업무에 불참하겠다고 하면, 고객사인 자산운용사와의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P 참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LP가 여럿 빠지면 호가가 뜸해지고, 괴리율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떠나게 된다"며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다른 ETF에서도 LP의 교체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과 고객관리 차원에서 LP에서 빠기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TF 거래에서 LP참여는 필수'라며 "어느 정도 시스템화는 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계속해서 사람이 호가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래소의 입장은 제공할 수 있으면 거래하고, 아니면 선택해서 빠지라는 건데 LP들 입장에선 하기도 어렵고 안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토로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