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절반, 안전성 높은 채권에 나머지 절반을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속속 내놓고 있다. 반도체 투자와 퇴직연금 수요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퇴직연금에 반도체 투자 극대화 겨냥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2월 27일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를 상장한 데 이어 지난 7일 삼성자산운용이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를 내놓았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비슷한 구성의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나자산운용은 4월 초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ETF의 투자설명서 공시를 마쳤고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4월 말을 목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채권을 혼합한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실적 전망이 밝다. 인공지능(AI) 발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슈퍼사이클’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보통 4월 넷째주쯤 1분기 실적을 발표해왔는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역시 2025년 말 500조원을 넘어섰고 2035년에는 1263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개인이 투자자산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DC형 퇴직연금 또는 IRP의 경우 전체 자산의 70%까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에 넣을 수 있고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주식 50%+채권 50% 같은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계좌잔액의 100%를 투자할 수 있다.
만약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잔액의 70%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에 넣고 30%를 두 기업 주식 기반의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면 85%까지 주식 투자 비중을 키울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자사 상품을 홍보할 때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편입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자의 호응도 상당하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2월 27일 출시 이후 한 달여만인 4월 6일 순자산 7000억원을 넘어섰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상장 첫날인 4월 7일 하루 동안 개인 순매수 금액이 45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같은 상품...브랜드만 달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기반 채권혼합형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편입종목 포트폴리오도 거의 같다. 삼성전자 주식에 25%, SK하이닉스 주식에 25%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 50%를 국고채(정부 발행)나 통안채(한국은행 발행) 등 안정적인 채권에 넣는 방식이다.
4월 7일 기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편입종목은 거의 비슷하다. 전자의 경우 국고채(25.47%)와 통안채(18.8%)를 모두 담은 반면 후자는 국고채(49.95%)만 사들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투자에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거의 같은 만큼 차별화 포인트는 총보수나 마케팅 정도밖에 없다. KB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 ETF는 총보수가 연 0.01%로 같다. 삼성자산운용은 연 0.07%를 책정했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아직 확실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마케팅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과 ETF 브랜드를 제외하면 ETF 상품 이름이 같다. 하나자산운용은 조금 다르지만 'TOP2' 역시 다른 ETF 이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다.
이와 관련해 후발주자로 상품을 내놓은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이름과 투자 포트폴리오가 거의 같으니 유사한 ETF로 느낄 수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시기부터 많은 회사들이 관련 ETF를 검토했고 실제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5~6개월 정도로 비슷한 만큼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상품 베끼기'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