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한 가운데 신용평가사의 안일한 대응이 시장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캐시트랩(Cash Trap, 현금동결) 발생을 공시한 이후에도 한국기업평가는 정기평가에서 'A-'등급을 유지했다. 모니터링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신용평가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소극적 조정에 그쳤다. 이러한 안일한 대응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신평 등급 조정 당일 주가가 급등한 것이 그 방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사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병행해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떨어지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금융계약상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캐시트랩은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채무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는 장치로 배당이나 외부 지급을 제한한다.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약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며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 신용평가사의 대응 방법과 시점이 논란이다. ▷관련기사: [단독]제이알리츠, 이례적 'A등급' 부도, 신평사 안일한 대응 논란(4월 28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4월 14일 캐시트랩 발생 가능성을 공시했고 16일 실제 발생 사실을 알렸다. 올 초 유상증자 추진 등에서 이미 유동성 문제가 고개를 든 것은 둘째치고, 회생절차 개시 직전에도 유동성 부족 가능성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는 17일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을 기존 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아웃룩)만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게다가 당시 보고서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캐시트랩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적시하지 않았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담보가치 감정평가액 확정 시 현금유보 이벤트가 발동된다"고만 말했다.
한국기업평가가 16일 공시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캐시트랩 이벤트를 감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니터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또다른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20일 수시평가를 통해 등급을 A-에서 BBB+로 1노치(notch) 하향 조정했다. 등급 조정 자체는 한기평보다 빨랐지만, 평가 날짜가 캐시트랩 발생 공시 나흘 뒤다.
이미 캐시트랩이 발동해 현금이 묶인 상황에서도 공신력 있는 신평사가 여전히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는 BBB+ 등급을 부여했다는 사실이 되레 시장의 오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는 캐시트랩 가능성을 공시한 다음날(15일) 19.1% 급락한 1483원에 장을 마감했다. 16일과 17일 역시 각각 11.7%, 13.5% 급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1노치 하향 조정한 20일에는 오히려 9.2% 급등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캐시트랩 발생 이후에도 한국기업평가가 A-등급을 부여한 것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며 "한국신용평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BBB+ 등급으로 낮췄지만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한 것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27일 이후 급격한 조정을 거쳐 현재 양사 모두 부도등급인 D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신용등급 A등급 회사의 부도는 극히 드문 일이다. 신용평가 3사가 연간 부도율을 공시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로 A등급 회사가 부도난 것은 웅진홀딩스, KT ENS 단 두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리츠에 대해 신용평가를 실시하도록 한 2019년 이후 A급 리츠 회사가 부도난 것도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