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상승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 흐름을 뒷받침할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에 나선다.
상법 개정으로 마련한 일반주주 보호 제도가 현장에서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정정명령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실기업 조기 퇴출을 위해 회계심사를 강화하고, 평균 20년에 달하는 회계감리 주기를 단축해 감시망을 더 촘촘히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형식적 공시엔 계속 정정 요구"…주주보호 실효성 높인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회계 부문 현안 브리핑에서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던 주주 충실의무, 고배당 기업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굵직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정 상법 및 기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들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공시심사를 강화하고, 공시서식 개정 및 DART(전자공시시스템) 등 공시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금감원은 상법 개정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공시 관행을 겨눴다.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됐고, 법무부는 올해 2월 이사가 준수해야 할 구체적 행위규범으로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3개월간 제출된 조직개편 관련 공시를 금감원이 점검한 결과, 개정 상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형식적 기재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동규 금감원 공시심사국장은 "법무부 가이드라인에는 특별위원회 설치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 주요 사항이 담겨 있는데 일부 신고서에는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고만 기재돼 있고 무엇을 논의했는지가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았다"며 "주주 소통과 관련해서도 신고서 심사 절차가 끝난 다음 소통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상 일이 완료된 뒤 진행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공시에 대해 정정 요구 등을 통해 대응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개정 상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관련 공시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주주충실의무 공시 관련 유의사항 안내도 강화할 계획이다. 일반주주 권익 보호 이행 현황이 시장에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공시서식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DART의 비교·분석 기능도 강화한다.
유상증자 신고서 심사도 투자자 정보 제공 원칙에 따라 시행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투자 판단에 필요한 증권신고서 심사도 같은 원칙 아래 이뤄진다.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정정 요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한화솔루션의 유동성 리스크와 유상증자 외 자금조달 대안, 향후 실적 개선 전망의 근거 등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황 부원장은 "한화솔루션이 안고 있는 유동성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인지 투자자들에게 알려줬으면 했다"며 "유상증자 외에는 달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지, 회사가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지 등이 투자자 판단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 정정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20년 걸리던 감리주기 단축…부실기업 집중 감시
공시 투명성과 함께 회계 투명성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우리 시장에서 전체 상장사를 한 번 감리하는 데 평균 20년이 소요된다. 미국이 모든 상장사를 3년, 영국이 FTSE350 기업을 5년 주기로 감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 코스피 10년·코스닥 5년 수준으로의 단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로드맵 마련과 동시에 코스피200 기업에 대해서는 심사·감리 주기를 10년으로 우선 단축하는 작업을 즉시 실행한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른 부실기업 감시도 확대한다. 금감원은 부실기업이 회계부정을 통해 상장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회계부정 고위험 회사를 선제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부실징후가 있는 회사에 대한 심사대상 선정 규모는 전년보다 30% 이상 확대한다. 관리종목 지정요건에 근접한 회사나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높은 회사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정밀 심사 대상에 올릴 계획이다. 회계·조사·공시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합동 대응 체계도 가동한다.
상장폐지 요건 중 매출액 기준과 관련해서는 매출 부풀리기 가능성을 주요 감시 대상으로 본다. 황 부원장은 "매출액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매출 부풀리기 분식이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가총액 미달 기업들이 시총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어 모니터링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원칙을 준수하는 대다수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회계부정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황 부원장은 "'회계부정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시장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며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