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월요일'이다. 서킷브레이커와 함께 시작한 코스피가 결국 8% 넘게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미국 고용지표 충격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데다 브로드컴 실적 여파로 미국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영향이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 당일 시초가 밑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입한 투자자 전원이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29%(676.18포인트) 하락한 7484.41으로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7474.74으로 전 거래일 대비 685.85포인트(8.40%) 하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한다. 이 경우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이후 오전 11시 40분께 7846.82포인트까지 상승하며 낙폭을 축소했지만 결국 '검은 월요일'을 피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도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10.18%(3만3500원) 하락한 29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30만전자' 자리를 내줬다. SK하이닉스 역시 7.68%(15만9000원) 하락한 191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수를 강하게 끌어내렸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조6269억원, 3543억원어치 코스피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763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27일 출시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하락 폭은 더욱 컸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상장 당일 시초가 2만1635원)는 전 거래일 대비 20.71% 하락한 2만270원,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상장 당일 시초가 2만40원)는 21.61% 하락한 1만85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두 상품 모두 상장 당일 시초가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전 거래일 대비 15.35% 하락한 1만9605원,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7.78% 하락한 1만612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악재가 사방에서 겹쳤다.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후퇴했다.
지난 5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4.18%, S&P500이 2.65% 각각 급락한 여파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반도체 업종 충격이 특히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3% 폭락했고, 마이크론(-13.3%), AMD(-10.9%), 마벨(-13.3%), 엔비디아(-6.2%)도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국 증시 충격이 코스피 전반으로 확산한 셈이다.
환율도 불안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 사이 16원 넘게 뛰며 1555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원화 약세를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환경과 동떨어진 현재 환율 상승 이유는 수급에서 시작됐다"며 "20영업일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와 이에 따른 커스터디(수탁) 달러 매수 영향, 즉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이에 따른 달러 환전 때문"이라고 짚었다.
시장 불안의 출발점이 주식시장이 아닌 외환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헌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60원 안팎까지 급등했는데 '위기와 기회는 외환시장에서 온다'는 격언처럼 한국 시장의 공포는 환율에서 시작됐다"며 "외국인은 주가보다 환율을 먼저 본다. 원화 약세가 멈추지 않으면 수급은 흔들리고, 수급이 흔들리면 좋은 실적도 뒤로 밀린다"고 진단했다.
오는 12일 예정된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상장이 증시 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은 단순 기업공개(IPO)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패스트트랙 도입을 통해 7월 초 나스닥100 편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초기 높은 변동성과 단기 수급 쏠림 현상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