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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고점 근접한 환율…향후 안정 위한 조건은

  • 2026.06.09(화) 09:24

외국인 주식 순매도·달러 강세가 단기 급등 직접적 원인
당국 개입에 쏠림 완화…유가·외국인 매도세 진정이 변수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에 근접했지만 수주 또는 수개월 안에 다시 15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책당국의 시장 개입과 함께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완화, 국제유가 하락 등이 맞물리면 최근의 원화 약세 흐름이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정책당국의 기대 관리가 쏠림을 진정시키고 원화 약세 요인 가운데 하나 이상이 완화된다면 수주 또는 수개월 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다시 밑돌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야간거래에서 1559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 3월 5일 기록한 1582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1508원에 머물렀던 환율은 5거래일 만에 3.3%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달러화 강세를 꼽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만 18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코스닥·넥스트레이드 등 3개 거래소를 합산하면 순매도 규모는 2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6월 들어 5거래일간 원화 가치가 3.3%나 하락한 것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대와 달러 강세 영향이 컸다"며 "현재 원화 약세는 달러 유동성 자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원화 약세는 구조적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늘면 국내로 들어온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등 달러 자산을 더 많이 사들이면서, 국내로 들어온 달러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나도 예전처럼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곧바로 원화로 바꾸지 않는 움직임도 원화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한 수출기업은 달러 매도 시기를 늦추고 수입기업은 달러 매입 시기를 앞당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달 첫 3영업일 동안 5대 은행의 법인 달러예금 잔액은 약 35억 달러 증가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자 정책당국은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8일 개장 직후 선물환 매도에 나섰다. 정부는 NDF(역외 차액결제선물환) 거래 쏠림 현상과 시장 교란 의심 행위를 점검하고 수출입 기업의 불법 외환거래 조사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8일 1529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다만 추가적인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와 유가 하락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는지도 주요 변수다. 중장기적으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와 WGBI(세계국채지수) 추종 자금 유입도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가 진정돼야 한다"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가 가속화된다면 세계 시가총액 6위 규모인 한국 증시로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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