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TV 업계에 초대형 사업자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학계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차터(Charter)는 2위 사업자 타임워너케이블(Time Warner Cable)과의 인수합병을 위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대기 중이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 건은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건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니콜라스 이코노미디스(Nicholas Economides) 뉴욕대 교수는 지난 22일 미국 유명 경제주간지 포춘(Fortune)에 기고를 통해 "차터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은 케이블TV 업체와 OTT(Over the top) 업체 간 경쟁을 유발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최대 수혜자로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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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디스 교수는 미국내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권위있는 학자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고객들은 일부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100여개 채널을 묶은 묶음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케이블TV 채널 시청자들은 더 저렴한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기존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차터-타임워너케이블 간 합병은 케이블TV 업계의 침체가 아닌 변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케이블TV와 OTT 업체 간 서비스 및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FCC가 M&A를 승인하면 1위 방송사업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컴캐스트를 견제할 수 있는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양사 합병 기대감은 증권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주식투자 자문·평가기관인 잭스(Zacks)는 지난 21일 투자보고서를 통해 "이번 합병에 따른 기대감으로 차터의 주가가 상승했고, 차터의 지속적인 투자 증대는 매출증대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잭스 측은 "OTT 사업자들에 의해 고객들을 뺏기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합병은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작년 케이블TV 4위였던 차터가 6위였던 브라이트 하우스(Bright House)를 인수한데 이어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는 등 관련 투자를 집중해 매출을 끌어 올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 WSJ 보도로 FCC 승인 기대감 고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FCC가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승인 안에 대한 회람에 들어간 후, 조만간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합병 승인안은 FCC 위원장 이외에도 FCC 위원 4명이 참여해 검토 및 수정작업을 거칠 예정이며, 이변이 없는 한 차터가 무난히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합병할 것이라고 WSJ은 예측했다. 차터는 작년 타임워너케이블 주식을 주당 195.71달러(약 21만6500원), 총 553억3000만달러(약 61조2115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마친 바 있다.
그동안 방송-방송, 통신-통신 등 동종업계의 M&A는 시장 경쟁자 수 저하 및 독과점 가능성 등을 이유로 미국 정책당국이 불허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실제로 FCC는 케이블TV 업계 1위인 컴캐스트와 2위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은 불허했다. 이는 1·2위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사업자 출현 및 경쟁 저하를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6일 서울 중구 T타워 앞 'STOP멈춤'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국내 SKT-CJ헬로는…공정위 관문 대기중
현재 국내에서는 차터-타임워너케이블 건과 비슷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정부 심사단계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심사 주관부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1차 관문은 공정위가 된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번 주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승인 여부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며, 이는 미래부 심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 가능한 의미있는 2위 사업자 등장이 가능해 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경쟁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1위와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2위 사업자가 드라이브를 건다면 혁신적인 서비스 경쟁 구도가 형성돼 시장 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 향후 5년 간 약 5조원 규모를 투자해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를 육성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콘텐츠 활성화 차원에서 합병후 1년간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운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