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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신키워드]샤오미, 마니아로 따라잡기

  • 2017.07.31(월) 09:00

경쟁사 밴치마킹후 더얇고 더싸게 '가성비 전략'
IoT로 디바이스 생태계 넓혀…13억 中시장 터전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20년 전에 읽었던 책 한권, 그 안에 등장한 사람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10년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Lei Jun) 회장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여기서 레이쥔을 바꿔 놓은 책 속의 인물은 바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다.

레이쥔 회장은 패션스타일까지 잡스와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레이쥔의 모습을 보면 패션과 손짓 하나까지 잡스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다. 잡스의 '스'를 따서 '렙스'라 불리는 레이쥔 회장의 성공신화에는 스티브 잡스를 추종했던 마니아적인 그의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 샤오미 레이쥔(Lei Jun) 회장 [자료=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샤오미가 '애플 따라하기' 전략으로 성장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노트북을 출시한 샤오미의 노트북은 맥북의 알루미늄 외관을 그대로 가져다 쓴 듯 했다. 당시 출시회에서 레이쥔 회장은 "미 노트북 에어가 애플 노트북 '맥북 에어'보다 13% 더 얇고, 15% 더 가볍다"며 자사제품과 애플의 제품을 대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애플짝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스티브 잡스를 추종하던 레이쥔 회장의 '마니아 전략'은 고스란히 샤오미의 경영전략에 녹아들어갔다.

◇ "싼데 성능도 좋다"

샤오미를 추종하는 '미펀(米fan)'이라는 팬이 있다. 단순히 샤오미 유저(사용자)가 아니다. 아이폰 유저, 갤럭시 유저를 넘어선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 

샤오미가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샤오미가 취한 특유의 전략 때문이다.

샤오미는 저가정책으로 대표되는 기업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에어컨 등 값비싼 전자제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샤오미는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가성비 전략은 시장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2011년 처음으로 '미1'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가격은 35만원이었다. 당시 출시됐던 삼성전자 갤럭시S2의 출고가가 84만7000원임을 감안하면 샤오미는 2.5배나 저렴한 가격이었다. 소비자로선 구매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가격인 셈이다.

물론 가격이 싼 만큼 '싼 게 비지떡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한국 등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장악된 시장들을 제외하고 동남아와 인도 등 스마트폰 사용 비중이 낮은 나라에서는 샤오미의 저렴한 가격전략이 먹히고 있다.

특히 인도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삼성전자를 샤오미가 맹추격하고 있다. 저렴한 데다 품질도 나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샤오미는 동남아와 인도에 잇따라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확대하면서 현지생산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추는 경영전략을 구사 중이다. 제품 질도 나쁘지 않고 가격은 저렴한 만큼 샤오미 마니아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 높다. 

 

 

 

◇ 샤오미 생태계 넓혀

샤오미는 최저가에 괜찮은 성능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보조배터리, 에어컨, 공기청정기, 휴대용 선풍기, 스마트밴드 등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같은 전략을 구사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미유아이(MUI)'를 제품에 적용하면서 샤오미 스마트폰과 스마트밴드가 연결되는 샤오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 번 샤오미 제품을 사게 되면 다른 제품도 샤오미가 제조한 제품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전기밥솥을 출시하면서 모든 것이 샤오미와 연결되는 일명 '샤오미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다. 가령 샤오미의 제품을 활용하면 퇴근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 앱으로 전기밥솥의 취사선택을 눌러 밥을 짓고 집에 도착하면 손목에 차고 있던 미밴드와 연동돼 샤오미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진다. 퇴근 후 에어컨을 켜고 밥을 짓느라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

류더 샤오미 부회장은 미국 IT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물결이 오고 있는데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고 밝혔다. 특히 류더는 사물인터넷이 스마트폰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물인터넷 생태계 구축은 샤오미만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샤오미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13억명 중국시장을 고려한다면 샤오미 생태계 구축은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샤오미는 정체됐던 중국시장에서 성장세를 회복해가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샤오미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 스마트폰 2300여만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내며 4위로 올라섰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점유율 회복과 함께 스마트 가전 브랜드 미지아(MIJIA) 등으로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이러한 생태계 구축 전략 역시 샤오미 마니아를 만들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저가정책으로 팬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샤오미 생태계로 끌어들여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샤오미의 모토로 유명한 '마니아로 살기 위하여(爲發燒而生)'라는 문구에서 스티브 잡스 마니아 레이쥔의 철학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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