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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네이버…어디로 가나

  • 2019.06.05(수) 17:08

다음 아성 깨고 1위로 등극
모바일 메신저 이어 '동영상 승부수'

"똑!소리나는 네이버 메일 가입을 환영합니다."-2008년 3월23일

당시 대학생이던 기자가 네이버 메일에 가입한 날 받은 첫 메일 내용이다.

2000년 상반기 첫 서비스에 돌입한 네이버 메일에 왜 이렇게 늦게 가입했을까. 사는 동네만 유난히 인터넷 개통이 느렸던 탓은 아니다.

2008년만 해도 다음(daum) 한메일(hanmail)이 여전한 '대세'였기 때문에 뒤늦게 네이버 메일에 가입한 것이다.

한메일은 1997년 등장 이후 10년가량은 감히 맞설 상대가 없었는데, 네이버 메일이 2008년을 기점으로 추월해버렸다.

기자 또한 중학생 시절 선생님이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오라고 해서 한메일에 가입한 이후 줄곧 한메일만 썼다. 2003년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 학생들은 다음카페 가입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군대 전역 이후 복학해보니 다들 네이버 메일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직도 한메일 써요? 요새는 네이버 아니면 네이트잖아요."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포장해보면,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사용자가 많은 서비스에 더욱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경향)에 따라 기자도 네이버 메일에 부랴부랴 가입했다.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로 출발, 1999년 6월2일 정식 설립된 네이버는 이번달 만 스무살이 됐다.

처음에 네이버는 다음의 그늘에 가려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뭘해도 다음의 다음이었다.

그러던 중 2002년 무렵 시작한 '지식iN' 서비스로 부동의 1위였던 다음을 상대로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정보 서비스가 인터넷 사용자의 눈길을 끈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특성상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하면 게임은 기운다.

네이버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쑥쑥 크는 당시에 다음이 메일 유료화 전략을 발표하는 등 우연찮은 기회도 있었다. 그리고 2004년쯤에는 네이버가 1위 포털로 떠오른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1위 네이버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고, 점점 단단해졌다.

네이버의 파괴력을 체감한 건 2010년 기자가 된 직후였다.

당시 네이버 메인 화면에 등장하는 '뉴스캐스트'에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걸면 페이지뷰가 하루만에 100만건을 넘었고, 이런 기사 내용에 담긴 키워드가 네이버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되는 경험도 수차례 했다.

이같은 쏠림 현상은 네이버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여론 조작 위험이라든지, 독점적 인터넷 서비스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 많은 곳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인터넷 서비스 특성이 네이버를 키우고 옥죄기도 한 셈이다.

스무살 네이버는 이제 어엿한 대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 네이버의 연결대상 종속 회사는 무려 116개에 달한다.

이미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만 편하게 땅 짚고 헤엄치는 가두리 양식 사업자도 아니다. 네이버의 국내 종속회사는 40개, 해외 종속회사는 76개사에 달한다. 상장회사는 네이버와 라인(미국, 일본 증시 상장) 등 2개사다.

특히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신의 한수'라 불릴만 하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을 출시했는데, 사실 이는 굴욕적이면서 도전적인 행보였다.

카카오톡이 주름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패배를 빠르게 선언하고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도전은 성공했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떠오르며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6월 네이버의 주가는 20만원대에 불과했으나, 라인의 성공과 게임 부문 분할이 맞물려 2013년부터는 80만원대를 기록했고 최근 액면분할 전까진 90만원대를 찍기도 했다.

네이버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5조586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네이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주력이었던 인터넷 검색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메일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이제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고, 네이버는 국내가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는다.

실제로 네이버는 '유튜브'를 주요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지난 5월 공시한 분기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과 달리 '유튜브'의 월 순방문자수(UV)와 자사를 비교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PC 및 모바일 기준 인터넷 서비스의 월 UV는 네이버 3740만명, 카카오 3480만원, 구글 3200만명, 유튜브 3070만명, 다음 2900만명이다. 결코 네이버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네이버는 사업 보고서에서 PC 검색 점유율(2017년 말 기준 약 74%)을 소개하며 다음(15%), 구글(8%) 대비 압도적인 지위를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검색 점유율을 전혀 소개하지 않고 유튜브를 콕 찝어 경쟁상대로 지목한 모습이다.

네이버는 해당 보고서에서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 규모에 따라 가치가 창출되고 새로운 사용자도 유입되므로 선발 사업자의 시장 선점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사용자가 비교적 손쉽게 서비스를 전환하는 것도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견고한 1위의 아성을 깬 경험이 있는 만큼 위협감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네이버는 올해 동영상 플랫폼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동영상 전용 뷰어 베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 창작자가 간편하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 전용 동영상 에디터도 출시할 예정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가 기존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도록 새로운 보상 구조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가까운 미래에 "아직도 네이버 쓰냐"는 말을 들을까, 아니면 더욱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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