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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맛집 줄서기 옛말…뭘해도 후딱 픽업

  • 2020.10.02(금) 09:00

[디지털, 따뜻하게]극과극 비교 체험기③
한산해진 매장, 미리 음식 주문 의미없어
내비 없이 종이지도로 운전, 감 믿다 '아찔'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를 취재하며 [디지털, 따뜻하게] 연재 기사를 쓰고 있는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은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면 과연 얼마나 불이익을 받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두명의 기자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한명(김동훈)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디지털 프리(Digital Free·디지털 활용하지 않기)'로 겁없이 도전했습니다. 다른 한명(이유미)은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한손에 들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제주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제주 여정의 첫번째 관문 김포공항에서의 항공권 구매부터 렌트카 및 숙박 예약, 음식 주문 등을 이들 기자가 디지털 유무 상태에서 비교체험 해봤습니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했습니다.

유명 맛집의 디지털 활용 비교체험을 위해 찾아간 제주의 한 김밥집 매장 풍경. [사진=비즈니스워치]

◇ 맛집 음식 주문, 스마트폰으로 하나 그냥 하나 비슷

코로나19 탓에 한산한 매장, 기다림 없이 주문

제주에서 스마트폰 없이 길찾기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미션들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맛집으로 유명한 김밥집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입니다. 맛집이다 보니 손님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매장을 무턱대고 찾아가면 불편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장 한편에 있는 무인 안내기를 통해 음식 주문을 했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김밥이 나왔습니다.

인기 메뉴의 김밥은 미리 말아 놓고 쌓아 놓았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곧바로 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매장에서 줄을 서는 일이 없어지다보니 평소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스마트폰 미리 주문, 매장 도착 픽업

유명 맛집들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미리 음식 주문이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마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같이 내가 원하는 메뉴를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맛집으로 알려진 김밥집을 찾아가기 전에 출발하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해봤습니다. 검색창에서 해당 사이트를 찾아 메뉴를 선택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부치니 순식간에 모든게 해결됐습니다.

해당 음식점은 30분 전에 미리 주문을 완료해야 했습니다. 차 안에서 주문을 완료한 시간이 오후 1시15분, 픽업 시간은 오후 2시. 시간에 맞춰 매장에 도착하니 줄을 서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은행서 송금하고 마트서 귤사기, 복잡한 미션 대결

또 다른 미션을 수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주 애월읍에서 숙소까지 자동차로 30~40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가는 도중에 타인에게 송금을 하고 과일가게에 들러 귤을 사오는 복합적인 미션입니다. 편의점 이용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미션을 누가 먼저 제대로 수행하는지 대결을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기자는 렌터카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송금하고 귤사고 내비없이 길찾기
어렵지 않지만 정확도 떨어져

스마트폰 도움 없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종이지도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종이에 해당 구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지 않아 이렇다할 쓰임새가 없었습니다.

구글맵 등에서 지원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없어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렌터카로 운전하는 도중 지도를 펼쳐 보며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위험했습니다.

차량의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길가에 귤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주에서 특산품인 귤을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은행을 찾으면 됩니다. 건물이 밀집된 상가 주변에 있을 거라는 '감'에 의존하기로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기 때문에 멀리 보며 건물이 밀집된 곳이 있는지 두리번 거렸습니다. 위험했으나 예전에는 다들 이렇게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한참을 가다 농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농협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이 맞았습니다. 송금도 비교적 쉽게 완료.

마지막 문제는 내비게이션 없이 먼길을 운전해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입니다.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와 이날 오전에 나설 때 이동한 길을 머리 속에 떠올려봤습니다.

제주 바다. [사진=비즈니스워치]

큰 방향성은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정확도를 높이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불만을 종종 토로하는 게 있는데, 도로교통표지판 중 다수가 갈림길에 임박해서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죠. 게다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수년째 익숙해진 사람이 도로교통표지판을 보면서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기억에 있던 큰 빌딩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목적지 근처에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길에 들어서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창문을 열어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부부는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줬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길을 헤맸던 곳에서 아주 가까웠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동료는 이미 숙소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렌터카보다 버스가 빠르다니

미션을 어떻게 수행할지 머리 속에 그려봤습니다. 지도앱으로 숙소까지 가는 길을 찾고 버스로 이동을 하면서 모바일 금융앱으로 송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는 동안 마트가 있는지 지도 앱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관건은 버스가 제시간에 맞춰 이동할지 였습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모바일 송금을 했습니다. 모바일 송금은 평소에도 자주하던 일이라 3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귤을 살 곳을 찾기 위해 숙소 근처에 마트가 있는지 지도 앱으로 검색해봤습니다. 정류장 바로 근처에 큰 마트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모든 것이 수월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귤을 사고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애월에서 오후 5시에 출발했는데 6시에 맞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했기 때문에 중간에 머뭇거리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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