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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 지적한 OECD 경제학자 "아이 때부터 유연성 길러야"

  • 2020.10.08(목) 16:10

[디지털, 따뜻하게]
OECD 마틸드 박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기업 간 정보 격차도 해소해야 할 과제"

마틸드 박 OECD 이코노미스트.

새로운 혁신이 나올 때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유연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현재 배우는 것이 미래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하고
어른 세대에는 새로운 기기를 익히기 위한 평생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마틸드 박(Mathilde Pa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단순히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간 디지털 격차에도 주목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 간 디지털 격차가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OECD는 지난 8월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중 디지털 부분에서 한국의 디지털 정보 격차를 지적했습니다. 비즈니스워치는 더욱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해당 보고서 작성자 가운데 하나인 박 이코노미스트와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OECD 평균보다 더 벌어진 한국의 세대 간 디지털 격차

-지난 8월에 OECD에서 발간한 '이코노믹 서베이:코리아2020'의 디지털 부분에서는 기업 간의 정보 격차를 언급했습니다. 보통 디지털 정보 격차를 다룰 때 소외계층이나 고령층을 언급하는데 OECD에서 기업에 대해 조명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번 보고서의 디지털 부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뤘습니다. '고령화'와 '디지털화'입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이는 국가 성장잠재력을 저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화'는 생산성을 향상합니다. 디지털화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생산성 수준은 OECD 평균보다 낮은데 이는 기업 간 디지털 격차 문제도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와 제조 분야 사이에도 디지털 격차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적용 등의 지표를 보면 한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디지털 격차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대기업보다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활용하지만 한국 중소기업은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사용률을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 간 디지털 격차를 조명하게 됐습니다.

>> 관련 기사:OECD가 지적한 韓기업 정보격차, 생산성 좌우한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이 부족하거나 없는 성인의 연령집단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세대 간 디지털 역량 격차는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ㅇ 세대별 디지털 능력이 없거나 제한적인 비율
          - 한국 : 16~24세 37% vs 55~65세 96%
          - OECD 평균 : 16~24세 54% vs 55~65세 90%

-한국의 디지털 정보 격차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수준인가요

▲개인 간 격차를 볼 때 '디지털 역량(Digital Skill)'을 측정합니다. 디지털 역량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디지털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큽니다. 

한국은 16~24세 중 디지털 역량이 제한적이거나 없는 비율은 37%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55~65세의 고령층 중 디지털 역량이 없는 비율은 96%로 거의 10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 간 격차가 OECD에서 가장 큽니다.

이는 한국이 아주 빠른 기술적 성장을 보이는 반면 고령층은 이러한 기술 발전에서 뒷처지고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됐다고 봅니다.

디지털 혁신, 정보 격차 가속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디지털 혁신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은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고령층은 보통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아 물건을 사거나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결국 사회에서 소외되면 복지적인 측면에서도 인구의 일부분이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은 점차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는 고령층들은 소비 활동 자체에서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정보 격차 지수를 보면 스마트폰 보급 전후로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 격차가 다시 심각해졌습니다. 2004년까지 디지털 정보 격차는 점차 개선되다가 스마트폰 관련 격차 수준을 적용한 2014년부터 격차가 다시 벌어졌습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 인프라가 등장할 때마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고령층은 새로운 기기에 대해 무지한 상태가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바로 '교육'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을 통해 현재 직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술을 터득하는 유연성을 길러왔습니다. 

새로운 혁신이 나올 때마다 디지털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유연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학, 역사, 문학을 공부하는 것과 다릅니다. 현재 우리가 배우는 것은 미래에 끊임없이 변화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유연성을 갖는 법을 가르치고 어른 세대에는 새로운 기기를 배우기 위한 평생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나요?

▲첫 번째는 생산성 향상이 어렵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디지털 역량 격차,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제반시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게는 더욱 큰 문제입니다.

또 인구의 일부가 사회에서 소외되면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입니다. 불평등을 겪는 사람들은 불만이 높아지게 되고 이들은 포퓰리즘 정치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향후 디지털 정보 격차로 인한 불편함이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나요

▲근무환경을 보면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점점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을 요구합니다. 디지털화가 비교적 덜 진행됐던 제조업도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디지털 기술이 제한적인 사람들은 앞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불평등 현상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디지털 정보 격차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코로나가 새로운 기술이나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대신 원격근무나 이커머스 등 기존 디지털 트렌드를 더 강화하고 비대면 경제 모델을 더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원격 근무 확대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 간 불평등을 도드라지게 합니다. 

모든 직업군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기술 저임금 직군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이에 이러한 디지털 격차 문제를 빠르게 줄이는 해결책이 시급하다. 

-디지털 정보 격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교육이고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교나 평생 교육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한국은 고령인구를 위한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 인프라를 갖춘 지역 센터는 다양한 활동과 함께 기본적인 ICT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장소로 매우 적합합니다. 

한국은 이미 고령인구를 위한 인프라가 잘 준비돼 있어 적합한 ICT 교육과정만 도입한다면 어린 시절이나 직장생활할 때 배우지 못했던 기술을 습득해서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업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및 학계와의 협업을 권장합니다. 

일례로 학계나 연구기관이 그들의 전문성을 기업에 바우처로 지원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모범입니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활용을 교육하고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디지털 활용이 안전하고 믿어도 된다는 사례를 보여줘야 합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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