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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깅의 미래②]테라 알고리즘, 어디서 무너졌나

  • 2022.05.20(금) 07:30

스테이블 코인 가격 흔들리는 디페깅
가격 받치던 예치 서비스도 문제

'루나 사태'가 지난 한 주 가상자산 업계를 휩쓸었다. 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페깅)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가격이 붕괴되면서, 다른 가상자산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다. 페깅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가격을 개당 1달러로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값이 떨어지는 '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가격이 계속 횡보하고 있다.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자신들이 만든 코인 루나(LUNA)로 테라USD의 가격을 유지(페깅)하고,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 비트코인을 마련해뒀다. 얼핏 대비책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테라USD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문제는 테라USD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으면서 루나의 가격이 떨어지고, 테라폼랩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이다. 이 같은 '알고리즘식 페깅'의 치명적인 단점이 이번 루나 사태를 일으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디페깅'으로 사라진 450억달러

페깅(pegging)은 코인의 가격을 법정화폐와 연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당 1달러나 1000원 등으로 가격을 고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페깅을 한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부른다. 디페깅은 반대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고정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루나 사태는 지난 8일 테라USD가 디페깅되면서 시작했다. 일부 보유자들이 테라USD를 대량 매도한 것이다. 코인 업계에선 낮은 수준의 가격 하락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에선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지급 준비금을 갖추는 대신 알고리즘 방식으로 페깅하는 테라USD의 특성상 보유자들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가격은 조금 회복하는 듯했지만 10일 0.76달러를 거쳐 11일 0.3달러로 급락했다. 현재 테라USD의 가격은 0.09달러까지 낮아진 뒤 0.1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테라USD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루나의 가격도 함께 폭락했다. 지난달 개당 11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루나는 열흘 전인 9일 60달러에서 현재 0.0001달러로 사실상 가치를 잃은 상태다. 지난 일주일 동안 테라USD와 루나의 시가총액은 약 450억달러나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루나는 코인베이스, 업비트와 빗썸, 코빗, 고팍스 등 국내외 상당수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첫 디페깅, 왜 발생했나

루나 사태의 발단인 디페깅은 알고리즘을 사용한 페깅 방식의 허점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루나와 비트코인 등 테라USD의 가격을 받치는 코인들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을 것이란 추측이다.

테라폼랩스가 테라USD와 루나 보유자를 늘리기 위해 고안한 코인 예치·대출(디파이)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이 불신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앵커프로토콜은 루나나 이더리움을 맡기면 연 20% 수준의 테라USD를 이자로 주는 '예치'와, 담보금의 60%까지 테라USD를 빌려주는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치 서비스의 이자율은 기존 금융업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았다.

앵커프로토콜이 테라 프로젝트에서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이용자들이 루나를 매도하지 않고 예치하도록 유도해 가격을 방어하고, 동시에 이용자들이 맡긴 이더리움 등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앵커프로토콜은 이달 초 194억달러에 달하는 코인이 예치되며 세계 1위 디파이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와 전문가로부터 앵커프로토콜의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앵커프로토콜 역시 몇 차례 이자를 낮추려 했지만, 이용자 투표에서 반발에 부딪혀 디페깅 직전인 이달 초에야 예치금리를 18%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디페깅으로 테라USD의 가치가 낮아지자 손실을 우려한 보유자들은 앵커프로토콜에 예치한 루나를 시장에 대량 매도했고, 루나와 테라USD의 가격은 가파르게 낮아졌다. 테라 프로젝트의 생태계를 책임지는 LFG(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가격 방어와 앵커프로토콜 운영을 위해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지만, 보유자 대거 이탈은 막지 못한 채 비트코인의 가격을 떨어트렸다.

테라의 미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제 발명품이 많은 분께 고통을 드려 매우 비통하다"는 심경을 밝히며 "기존 테라 체인은 알고리즘에 바탕을 둔 스테이블 코인 테라 없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프로젝트 출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테라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한 '하드포크'를 제안했다. 하드포크란 코인 업데이트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새로운 코인을 만드는 것이다. 단 기존 코인을 보유한 이들은 하드포크를 거치면서 새로 만들어진 코인을 일정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8일 투표 결과 참여자 5000명 중 약 90%인 4600명이 '테라 에코시스템 회생 방안'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또 루나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권 대표를 고소하고 재산 가압류 신청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법정 공방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 조사에 나서고, 국내 거래소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루나 코인의 폭락 이유와 보유자 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단 현재 금융당국이 테라폼랩스를 감독할 근거가 되는 법 등이 마련되지 않아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적 제도화가 돼있지 않아 구체적인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선 관련 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별도 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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