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사업을 시작한 지 6년만이다. 이에 따라 매몰비용을 둘러싸고 출자사간 소송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손해보상 소송 등이 잇따를 전망이다.
땅 주인이자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지난 8일 서울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사 13명의 전원 찬성으로 이 사업의 토지매매계약과 사업협약 해제를 결의했다.
코레일은 9일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에 땅값으로 받은 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반납했다. 이 돈을 돌려주면 토지매매계약의 해지권이 발동돼 드림허브는 사업 시행사 자격을 잃고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 소송전 예고
코레일의 청산 결정에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수백억원을 출자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이 청산되면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며 “소송을 한다고 해서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손해 금액이 가장 큰 삼성물산도 소송의지를 내비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출자금에 전환사채까지 떠안아 1300억원 이상이 들어갔고 토지정화공사대금도 아직 못 받았다”며 “돈을 찾으려면 소송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규모는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28개 민간 출자사들이 낸 자본금의 법정이자(6%)와 전환사채 인수비용(1125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지역 비대위 관계자는 “사업을 파행으로 몰고 간 코레일과 주택 거래를 못하게 묶어 놓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우리에 따르면 이번 소송 규모는 2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이주비 명목으로 빌린 가구당 4000만원의 은행 이자와 상권 몰락에 따른 상가 피해액, 개발 열풍으로 인한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인상분 등으로 가구당 1억원 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 얼마나 날렸나
출자사들이 날린 돈은 출자금 1조원과 랜드마크빌딩 1차계약금 4161억원, 전환사채 인수금액 1500억원 등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우선 출자금 1조원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코레일과 29개 출자사들이 사업 추진을 위해 자본금으로 낸 돈이다. 코레일이 2500억원을 가장 많고 롯데관광개발 151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등이다. 건설사들은 모두 17개사가 각각 20억~64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출자했다.
이 돈은 그동안 ▲대출 등 금융비용 3409억원 ▲토지매입에 따른 세금 3037억원 ▲토지대금 연체이자 1200억원 ▲운영비 1195억원 ▲기본 설계비 1060억원 등에 사용됐다.
최대주주인 코레일의 피해가 가장 크다. 우선 출자금 2500억원을 비롯해 랜드마크빌딩 1차계약금 4161억원 등을 날렸다. 이미 받은 땅값 2조4000억원도 돌려줘야 한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출자금 1510억원과 전환사채 인수비용 226억원 등 1730억원을 날리게 됐다. 롯데관광개발은 이 금액이 손실 처리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의 손실도 적지 않다. 출자금만 1430억원(삼성물산 640억원, 삼성생명 300억원, 삼성SDS 300억원, 삼성화재 95억원, 호텔신라 95억원)에 달하고 삼성물산이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인수한 전환사채 688억원 등도 허공에 뜬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