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집중한 부분은 얼어붙은 주택 수요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성 대출 대상을 확대해 실수요뿐 아니라 교체수요, 투자수요까지 불러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공급을 조절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인허가 물량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내놓지 못했다.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하고 수요만 진작시키려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 '갈아타기' 유주택자에 디딤돌대출 개방
정부는 우선 무주택자에만 제공되던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유주택자에게까지 확대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무주택자에게 저리로 지원하는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의 지원대상에 집을 넓혀 이사하거나 새 집을 마련하려는 1주택자를 포함하기로 했다.
주택을 1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새 집을 마련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2주택자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정책성 저리대출을 내주기로 한 것이다.
디딤돌대출은 정부가 근로자서민 주택 구입자금·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우대형 보금자리론 등 3가지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합해 올해부터 선보인 대출 상품이다. 연소득과 대출기간에 따라 2.8~3.6%의 금리가 적용되며, 생애최초대출자, 장애인, 다문화, 다자녀 가구에는 0.2~0.5%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정부는 향후 주택기금운용 계획 변경을 거쳐 처분기간 조건 등을 확정한 뒤 오는 9월부터 대출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 중 약 5조원이 공급된 디딤돌대출을 하반기에는 6조원까지 푼다는 방침이다.
▲ (자료: 국토교통부) |
◇ 송도·영종도 미분양 투자이민 허용
정부는 또 지역별, 금융권별로 차별화된 LTV와 DTI를 각각 70%와 60%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대출 한도를 늘림으로써 빚을 내 집을 사기 쉽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살 때 기존엔 은행에서 3억원(LTV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4억2000만원(LTV 70%)까지 빌릴 수 있다. 또 DTI비율이 60%로 적용되면 연 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서울에 집을 마련할 때 연간 원리금·이자 상환액이 3000만원을 넘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3600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간다.
아울러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에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주택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지난 4월 국토부는 종전 콘도나 호텔 등으로 제한된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을 미분양 아파트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대상지역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추가했다.
송도·영종도·청라지구 등으로 구성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6월말 기준 4500여가구의 미분양이 있는 상황이다. 투자이민제를 시행할 경우 중국과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중국인이나 대중국 사업이 많은 외국인의 입주 및 투자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투자금액 기준 및 미분양 요건 등을 확정해 오는 9월 개정안을 밝힐 예정이다.
◇ 수요 진작에 '올인'..공급 조절은 '공염불(?)'
정부는 주택시장 수급 균형점을 높이기 위해 주택공급 조절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에도 "연 38만5000가구의 주택수요와 6월말 기준 5만가구인 미분양물량 등을 감안해 금년 주택 인허가 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민영주택의 인허가 조절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22만가구로 작년과 비교한 증가 추세와 연말 인허가가 집중될 것 등을 감안하면 연내 50만가구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미분양은 지난 5월 증가로 돌아서 2개월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주택시장 부양기조에서 전방위적인 수요 진작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주택수요만 진작시키고 공급 조절을 방치할 경우 주택시장 정상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량 신규공급이 지속되면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시장과열기 도입된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들 법안은 여야간 의견 차이가 커 길게는 수년 째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