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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건설업]③해외건설도 여전히 '반신반의'

  • 2019.01.15(화) 15:33

작년 수주기록 넘어설 것…중동 발주 증가 기대
본격 회복은 '글쎄'…건설업계 시각도 엇갈려

2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 300억달러(2018년) 고지를 되찾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수주 회복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과거 텃밭이던 중동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가 많은 시장이고 이전처럼 더 이상 '기회의 땅'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수주에 거는 기대감과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섰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기댈 곳은 결국 해외시장 뿐이다.

 

 

◇ 중동 텃밭 돌아올까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321억달러 규모의 일감을 수주했다. 2014년부터 해외 수주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가운데 2015년 461억달러, 2016년 282억달러로 급감한 뒤 2년 만에 겨우 300억달러 선에 복귀했다.

해외 사업을 펼치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중동은 애증의 대상이다. 2010년대 초반 공격적인 수주 활동으로 최전성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준 곳이 바로 중동이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은 독이 됐다. 국제 유가 하락, 중동 특유의 지정학적 변수 등을 이유로 사업장 곳곳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 지난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는 보수적 사업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주 규모가 쪼그라든 이유다.

지난해 수주 실적이 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 중동 지역 수주는 92억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36.8%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시장에서는 29.8% 늘어난 16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공종을 살펴봐도 중동 발주가 많은 플랜트보다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 사업 수주에 따른 토목‧건축 규모가 커졌다. 300억달러 회복에는 사실상 아시아 시장이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이다.

올해는 중동 수주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는 저유가 시대(2014~2016년)와 비교해 상향 안정화된 배럴 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중동 국가들의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있어서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쿠웨이트는 2017년부터 안정적인 재정수지를 유지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도 작년부터 재정수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수지 적자 폭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여 이들 지역에서 지연됐던 석유화학과 발전 등 플랜트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생산규모 화대,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발주 증가, 글로벌 정유시설 신증설 등 해외 플랜트 발주시장은 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기대 반, 걱정 반
 

이같은 시장 분위기에 중동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산유국에서 다운스트림 분야(석유화학 하류 제품)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는 발주 예산 증가가 예상돼 적극적인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지난해 수주 비중이 증가한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수주 지속성 확보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도 “발주환경 개선으로 올해 해외 플랜트 시장은 완만한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화공플랜트 발주가 꾸준할 것으로 기대돼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동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 최전성기 시절 수준의 발주가 쉽지 않은 데다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탓에 여전히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기업들이 플랜트 사업에 주춤한 사이 중국 등 경쟁사들의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플랜트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이 분야는 중국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고, 사업성 측면에서도 예전처럼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며 “과거처럼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수주를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플랜트보다 주택을 포함한 신도시 조성, 교량 등 건축‧토목 사업 수주가 늘고 있다”며 “다만 진출하는 국가들의 신용도가 낮아 금융규제로 인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신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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