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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필요한 이유

  • 2019.02.21(목) 10:01

시세급등에 고가 부동산 현실화율 개선·시세 반영 공감
조정국면 만나 내년이 갈림길…자칫 불확실성 키울수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첫발을 디뎠다. 이미 두차례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급등한 시세를 적극 반영하고, 현실화율(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낮은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인상 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고가 부동산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아 조세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서민들의 세금 부담과 복지 수혜자 대상 제외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도 고민하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들어 바뀐 시장 상황(조정기)이 중대한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산정 배경이 된 지난해 시장 상황(급등기)을 보면 올해 공시가격 인상은 자연스럽다. 작년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수도권 집값은 수억원씩 오르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가격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가 부동산 시세를 공시가격 산정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가령 시세 30억원, 지난해 공시가격 13억원인 주택이 있다고 하자. 이 주택 현실화율은 43% 수준이다. 1년 새 시세는 10% 올라 33억원, 공시가격은 37%(표준단독주택 시세 가격대별 공시가격 변동률 적용) 상승해 17억8100만원으로 책정됐다고 하면 이 주택 현실화율은 54%가 된다. 시세 변동을 적극 반영해 고가 부동산 현실화율을 개선한 셈이다.

반면 올 들어서는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오는 4월30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같은 시장 상황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처럼 시세 변동을 적극 반영한다면 집값이 떨어진 만큼 공시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시가격을 떨어뜨리는 일은 드물고, 특히 현실화율 개선 대상인 고가주택에 한해서는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표준단독주택의 경우 지난 2007년 이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인 것은 2009년이 유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세가 하락하면 공시가격도 떨어질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 나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모호한 답변이지만 집값이 떨어져도 고가 주택의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공시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사례로 든 주택값이 33억원에서 31억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이 해석대로 라면 현실화율 목표가 70%인 경우 내년 이 주택 공시가격은 21억7000만원으로 상승률은 2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를 얼마로 잡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현재로선 이런 예측도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고가 부동산 현실화율이 얼마인지,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율을 높일 것인지, 달성 시기는 언제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기준 단독주택과 토지,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 정도만 공개했다. 앞으로도 공개범위는 이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달라진 시장 환경에 정책 불확실성만 더욱 커진 셈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인식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스스로 명확한 원칙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의 공시가격 산정이라는 비판과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이 전달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 근거가 되는 주요 정보 등이 공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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