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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탐방기]빅밸류, 연립 등 서민자산가에 주목했다

  • 2019.08.30(금) 14:36

연립‧다세대,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로 차별화
아파트‧토지 등 영역 확대
프롭테크와 핀테크 결합 부동산자산관리 서비스

각종 IT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부동산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계 선두인 직방이나 다방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그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함께 엮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소액 자산가들도 정확히 자기 자산을 평가받을 수 있고 서민금융상품을 다양화하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내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아파트에 사는 가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50%(2018 인구주택총조사)를 넘어서는 등 아파트 비중이 큰 까닭이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그동안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 비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가 아파트보다 많았고, 여전히 그 숫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의 시작점은 여기부터다. 시장의 관심은 물론 정보에서도 소외된 연립‧다세대 주택을 시작으로 시세정보를 분석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작은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서민들도 보다 꼼꼼히 자산관리를 할 수 있고,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다양해 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프롭테크와 핀테크 묶는다

빅밸류는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세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프롭테크 영역에 속한다.

프롭테크 업계에서 부동산 가격정보 서비스는 이미 여러 업체가 펼치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상가와 오피스를 비롯한 상업용부동산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빅밸류가 내세우는 이들과의 차이점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시세를 산출해 낸다는 점이다. 실제 다수의 부동산정보 프롭테크 기업들은 국토교통부가 공개하는 부동산 실거래가를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가공해 보여주고 있다. 빅밸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김진경 대표는 "목표 주택(시세를 산출하려는 주택) 반경 1km의 모든 거래정보(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층수나 엘리베이터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해 AI가 비교 학습을 수행한다"며 "이를 통해 최근 거래된 적이 없는 주택도 현재 시세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빅밸류는 국내에서 개방된 모든 부동산정보를 담을 수 있는 빅데이터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기초로 시세를 빠른시간 안에 산출하는 알고리즘도 만들어냈다.

빅밸류가 제공하는 시세정보는 금융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핀테크 영역에 속한다.

그동안 연립‧다세대 등 비 아파트는 시세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아파트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금융상품 활용이 어려웠다. 담보가치 산출을 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하는 등 번거로웠던 게 사실이다. 빅밸류는 이런 문제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빅밸류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다. 지정대리인은 금융사가 핀테크기업을 지정해 금융사 업무를 위탁하고 양사가 협력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제도다.

김진경 대표는 "빅밸류가 핀테크기업 최초로 시중 주요은행 부동산담보 대출 시 담보가치 추정업무 지정대리인으로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기업"이라고 설명했다.

◇ 서민 위한 대출상품 밑거름

김 대표는 2015년 5월 빅밸류를 창업하기 전에는 여의도 증권가에 몸담았다. 당시 IB 대체투자팀에서 근무하며 부동산 투자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금융‧증권업계에 있었던 만큼 새로 떠오르는 핀테크 분야도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김진경 대표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준비할 때 초기에는 핀테크에 집중했고 프롭테크 분야는 잘 알지 못했다"며 "하지만 부동산 분야를 경험했기에 핀테크를 접목해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를 어떻게 고도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시절 마침 정부가 2015년 3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는 김 대표에게 기회가 됐다. 여기에 AI 알고리즘이 상용화되는 등 기술 장벽이 낮아진 것도 빅밸류를 창업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현재 빅밸류는 정보 영역을 다세대‧연립으로 설정해 정보를 분석‧제공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이 가진 약점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전략이다. 시세정보가 구축돼있는 아파트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결과적으로 이는 빅밸류가 다세대‧연립주택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시중은행에서 빅밸류의 시세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진경 대표는 "은행에서 연립‧다세대주택 대출을 하려면 개별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려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주택은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서민과 청년층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금융상품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도 우리가 제공하는 연립‧다세대주택 시세를 통해 대출상품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금융권에 시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서민들을 위한 연립‧다세대주택 담보대출 상품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립‧다세대 넘어 아파트까지
 
빅밸류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시세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면서도 그 대상을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전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파트 시세의 경우 연립‧다세대보다 산출하기가 쉽다. 연립‧다세대는 거래도 많지 않고 주택 형태가 다양해 시세 산출 근거가 되는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려운 반면 아파트는 비슷한 유형의 단지와 주택형이 즐비한 까닭이다.

김진경 대표는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연립‧다세대를 넘어 아파트는 물론 단독‧다가구 주택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와 개발"이라며 "특히 시세정보는 다른 것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여러 검증을 거쳐 신뢰도를 높여야 해 이 부분도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자산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아직까지 금융서비스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구성돼있지만 연립‧다세대를 포함한 전 영역에서 정확한 시세정보가 제공된다면 소액의 자산을 보유한 서민들도 자신의 부동산가치를 알고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진경 대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서비스로 개인자산 가치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부동산 거래 혹은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고액자산가나 비싼 아파트에 편중된 금융서비스를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소액 자산가나 소액 거래를 위한 금융상품에 우리 정보가 사용돼 이들의 금융편익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진경 대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조인이다. 감정평가사나 건축사 등이 주를 이뤘던 프롭테크 스타트업 중에선 이례적이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부동산 관련 소송을 주로 맡았다고 한다. 증권사에 입사한 뒤에도 법무팀이 아닌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현업에서 주로 일했다.
그를 보면서 전문가로서 특정 분야에 함몰될 필요는 없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프롭테크를 잘 몰라서 어떤 핀테크 사업을 해볼까 고민했다지만 현재 핀테크와 프롭테크 분야 모두 다루고 있는 것처럼, 때로는 고민의 결과물이 전혀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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