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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 2019.11.25(월) 16:44

파업 닷새만에 잠정합의안 도출했으나 '갈등의 불씨' 여전
인력 충원‧철도 통합 등 협의 아직…노조 내부 불만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총파업이 5일 만에 일단락됐다.

시민들의 교통 이용 불편과 국제행사 등이 맞물리면서 철도 운행 정상화 필요성이 높아지자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잠정합의일 뿐 주요 쟁점사항 대부분이 '협의' 또는 '건의' 과제로 남았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노조 내에서도 파업 성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

25일 총파업 중단 선언 1시간 전 지하철1호선 구로역 모습./채신화 기자

◇ 5일만에 '일단' 봉합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는 25일 오전 8시쯤 '201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한시간 뒤 총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5월 올해 임금단체교섭 시작 이후 본교섭 4회, 실무교섭 8회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주요 사항은 ▲'4조2교대제'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654명 충원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SR과의 연내 통합 등 철도통합 등이다.

회사는 4조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충원만 1865명 수준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머지 요구 조건은 재량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지난 8월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9월 조합원 총회(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3.4%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11~14일 경고성 한시 파업을 벌인 뒤 이달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은 2016년 9~12월 '74일간 장기파업' 이후 23년 만이다. 철도노조와 함께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한국철도 자회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나섰다.

그러자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이 더 혼잡해지고 수능 직후 논술시험 등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달 25~27일에 대규모 국제행사인 한‧안세안 특별정상회의도 예정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 압박감을 느낀 노조는 2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 서울사옥에서 본교섭을 재개해 이틀간 밤샘 회의를 거친 끝에 잠정 합의하고 일단 파업을 중단키로 했다.

주요 잠정합의사항은 ▲2019년 임금과 관련 총액 대비 1.8% 인상▲철도공사 교대제 근무체계 개편을 위해 소요인력 규모에 대해 철도 노사 및 국토부가 협의(11월 중 개시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 건의 ▲KTX-SRT 고속철도 통합을 노사공동으로 정부에 건의 등이다.

◇ 최종 합의안은?

일단 파업을 중단했지만 핵심 쟁점은 대부분 협의를 미뤘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사실상 임금 1.8% 인상을 제외하곤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한 셈이다.

가장 큰 쟁점인 내년 4조2교대제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 규모는 이달 중 철도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이나 국토부는 '철도노조의 인력 증원 규모에 근거가 없고 재무여건을 악화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추가 수익창출이나 비용절감 없이 40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하고 운임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 2년간 매년 1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철도와 SR 통합 문제와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을 위한 공기업 인상률 상한은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철도 통합 문제는 국토부가 용역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조기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갈등이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철도노조 내에서 파업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번 파업을 앞두고 노조가 벌인 조합원 찬반투표 지지율(53.88%)이 역대 최저수준에 근접하고, 젊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원들 사이에선 이번 잠정 합의 결과에 대해 '이 정도 합의안은 파업 안하고도 받을 수 있었다',  '자회사를 위한 파업이었냐' 등의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철도노조는 규약에 따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찬반투표) 등을 진행한 뒤 합의안을 이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철도 운행 정상화는 복귀 직원 교육과 운행일정 조정 등을 통해 26일 오후께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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