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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월세 사는 김광규씨는 집을 살 수 있을까

  • 2020.10.05(월) 17:19

집값 떨어질줄 알고 매수시기 재다가 '월세살이'
주택 구매 여부가 재산격차 벌려…조바심 내는 수요자들

"이젠 집값이 따블(더블)이 됐어요…."

이번 추석 연휴 때 안방을 뜨겁게 달군 건 배우 김광규(54) 씨의 '내집마련 실패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김광규 씨가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주택 매수 시기를 놓쳐 결국 월세살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김광규 씨의 상황이 현 부동산 시장의 단면을 나타냈다며 무주택자들의 공감과 탄식을 자아냈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365회 중 배우 김광규 씨가 주택 매수 실패담을 털어놓는 장면 갈무리.

김광규 씨는 2015~2016년쯤 아파트 매수 기회를 노리다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뉴스를 접하고 매수를 미뤘다고 합니다. 당시는 집값 상승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렸고 상승장에 접어들면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를 기대하면서 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서울 집값이 크게 뛰자 매수를 포기하고 강남구 논현동 A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게 됐다고 합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전용 114㎡는 올해 3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7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고요. 5년 전인 2015년 10월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김광규 씨는 매달 최소 200만원 이상, 1년에 24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김광규 씨가 5년 전 A아파트를 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아파트 전용 114㎡는 2015년 8월만 해도 7억5000만원이었으나 올해 8월엔 17억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5년만에 10억원의 차익을 낼 수도 있었겠네요.

앞서 김광규 씨가 놓친 주택 매수 기회는 또 있었습니다. 이날 방송엔 '유주택자' 배우 세명이 함께 출연했는데요.

가수 육중완(41) 씨는 2015년 신혼집 마련을 위해 남가좌동 B아파트 전용 84㎡를 샀다고 합니다. 당시 김광규 씨도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을 매수하려고 했다가 결국 사지 않았는데요. B아파트는 2015년 9월만 해도 5억225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두 배 오른 11억원 전후에 호가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김광규 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했던 말이 참 뼈아픕니다. "육중완 씨는 집을 사서 부자가 됐고 저는 월세로 생활비를 탕진하고 있어요."

집을 사서 '부자'가 된 이들은 또 있었습니다.

배우 하석진(39) 씨는 2017년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청담동 C아파트를 매수했다고 합니다. 집안 곳곳에서 한강뷰가 내다보이는 아파트인 만큼 집값은 '별나라 이야기'인데요. 이 아파트 전용 89㎡는 2017년 6월 21억원에 팔렸습니다. 당시 6·19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전역의 LTV가 70%에서 60%로 조정됐기 때문에 8억7200만원은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하겠죠.

애초에 부자들만 살 수 있는 아파트였지만 현 시세를 보면 이젠 웬만한 부자도 사기 힘든 수준입니다. C아파트는 올해 6월엔 31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3년 만에 10억원이 오른 셈이죠.

요새같으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청약에 당첨돼 '부자'가 된 주인공도 있습니다.

배우 이시언(39) 씨는 2016년 상도동 D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요. 그때만 해도 전용 85㎡ 이하 주택 전체 물량의 40%가 가점제, 60%는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았기 때문에 만 33세 나이에 청약에 당첨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6억7000만~7억3000만원 수준이었는데요. 중도금 60%까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해 계약금 10%인 6000만~7000만원만 갖고도 청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5년 뒤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라 전용 84㎡가 올해 9월 최고 14억8500만원에 팔렸습니다.

이렇듯 불과 3~5년 전 집을 사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보는 사례가 부지기수인데요. 지금이라도 김광규 씨는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할까요.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광규 씨가 살고 있는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16억4000만원에 달하고요. 5년 전 매수하려 했던 남가좌동 A아파트의 40평대는 12억~13억원 수준입니다.

현 정부 들어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로 지난 8월24일 이후 6주째 제자리입니다. 8·4대책 시행이 두 달이나 지났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네요. 이 와중에 임대차3법 도입 등으로 전월세 시장까지 달궈지면서 서울 전셋값은 66주째 상승곡선을 타고 있고요.

청약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김광규 씨의 상황에서 가점을 가정해보면 무주택기간(15년 이상, 32점 만점), 청약통장가입기간(15년 이상, 17점 만점)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부양가족이 0명(5점)이라 총 가점이 54점인데요.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으로 집계됐습니다. 60점대는 돼야 당첨 안정권에 듭니다.

여러모로 무주택자들이 주택 매수에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김광규 씨의 사례가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파장이 큽니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엔 이번 방송이 '재테크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으로 공유되고 해당 게시물엔 주택 구매 여부에 따른 자산 격차 등을 이유로 들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덧글이 줄을 잇습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을 통해 수요 분산에 따른 주택 시장 안정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김광규 씨가 월세를 살더라도 강남으로 이사갔듯이 대부분의 서울 거주자, 출퇴근자들이 서울을 떠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시대 모든 김광규 씨들이 내집마련 꿈에서 더 멀어지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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